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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문' 감식으로 바다에 기름 유출한 선박 1시간 내 잡는다

강민구 기자I 2021.03.10 13:23:07

해양과기원, 유지문 감식 위한 기술 개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과학 수사기법 중 하나로 유지문 감식으로 원인을 규명한다. 채취한 기름을 실험실로 가져와 전처리하거나 비싼 장비로 정밀하게 분석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들었던 상황에서 신속하게 감식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임운혁 책임연구원이 1시간 내 유지문(油指紋)을 감식할 수 있는 현장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임운혁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지문은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각 기름이 가진 고유한 화학적 조성을 의미한다. 석유가 만들어질 때 유기물의 성분비, 생산 공정에 차이가 있어 기름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다. 이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유출된 기름과 사고해역을 지나거나 인근에 있는 선박의 기름을 채취해 유지문을 비교하면 기름을 불법으로 배출한 선박을 찾아낼 수 있는 셈이다.

유지문 감식기술으로 혐의가 있는 선박의 도주를 막고 어민의 조업 재개 요구에 대응하려면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해양과기원 연구진은 간단한 장비와 빅데이터 해석 알고리즘을 합쳐 현장용 유지문 분석 기술을 만들었다. 빅데이터 해석기법의 일종인 케모메트릭스를 활용해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유지문 감식 알고리즘도 적용됐다.

임운혁 책임연구원은 “새로운 감식기법은 사고현장 도착 후 1시간 내로 유지문 감식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며 “정확도도 기존 실험실에서 진행되던 정밀 감식기법의 90% 수준으로 신뢰성도 높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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