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특별기고] 스타벅스와 평양냉면의 상관 관계

디지털부 기자I 2016.09.05 13:31:22

외식 시장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2)

[김원빈 외식 콘셉트 기획자] 다른 음식에는 없는 마니아가 존재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이대점을 첫 매장으로 국내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달달한 믹스커피를 주로 마셨던 과거와 달리 스타벅스는 쓰디쓴 맛의 생소한 아메리카노와 외식업계에서 생소했던 제 3의 요소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 결과 한 끼 식사 가격과 비슷한 스타벅스를 마시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별칭 하는 예상치 못한 사회 현상까지 만들어내는 등 내수시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성장통을 크게 겪었다. 그리고 17년이 지난 지금 첫해 800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함과 동시에 과거의 오명을 벗고 스타벅스의 커피 문화 역시 국내에 하나의 문화로 스며듬과 동시에 한국의 커피 문화를 크게 도약하게 만들었다. 특히 스타벅스는 타 커피 브랜드보다 고객 충성도가 높으며 ‘스타벅스 마니아’ 라는 신조어까지 만든 것을 보면 분명 제품보다 브랜드의 전문성(이야기)과 감성을 중요시 했던 브랜드 전략이 시장을 관통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과 올해 국내에서 크게 유행한 음식을 꼽으라면 평양냉면을 들 수 있다. 냉면과 확연히 다른 맛의 특이성을 갖는 평양냉면은 국내 오랜 노포들을 통해 존재해 왔으나 높은 가격 때문인지 전문점 또는 특정 미식가 사이에서만 알려지던 전유물과 같았다. 분명 뿌리가 확실한 한국의 전통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맛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여전히 불호를 외치는 이들 또한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각 종 매체를 통해 평양냉면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소개되면서 일반 냉면에 붙지 않는 ‘냉면성애자’ 라는 신조어까지 탄생 시킬 정도로 대한민국은 평양냉면붐이 크게 일었다. 여전히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식당은 수도권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어 일반 냉면(함흥식)에 비해 확연히 적은 점포 수를 갖는다. 이에 반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SNS 플랫폼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의 태그 개수가 평양냉면이 7만1177개 그리고 함흥냉면이 1만4525개(2016년 8월 기준)임을 감안하면 분명 평양냉면에는 맛이 아닌 제3의 요소가 존재함을 추측할 수 있다.

권위가 만들어낸 맛 vs 잠재적 중독성의 맛

스타벅스는 왜 국내 1호점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열었을까? 왜 평양냉면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식도락가와 맛 칼럼니스트들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질까? 같은 음식을 소개할 때도 소개자의 신분에 따라서 수용하는 이가 느끼는 신뢰도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길가는 행인이 소개하는 식당 보다는 택시기사가 추천하는 맛집에 더 믿음이 가는 이유와 같다. 필자의 첫 평양냉면 역시 이전 직장의 대표님의 추천과 동석 하에 먹게 되었다. 상관이 추천하는 음식이라는 점과 동석 하에 식사를 같이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그 때 당시 생소했던 평양냉면의 맛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만약 스타벅스 커피가 처음 이화여대가 아닌 육군사관학교 앞에 오픈했다면? 지금의 스타벅스의 문화가 국내에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때로는 음식의 맛 보다는 그 음식을 소개하는 이의 권위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곤 한다. 지금의 아메리카노와 평양냉면의 열풍은 분명 두 음식을 처음 소개하는 메신저들의 권위가 크게 일조 했다고 확신한다.

음식에는 여러 가지 맛이 존재한다. 그 중 대중적인 맛을 꼽으라면 대개 단맛과 짠맛, 기름진맛 여기에 매운맛 정도까지를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아메리카노와 평양냉면이 갖는 대표적인 맛인 쓴맛과 슴슴한 맛은 이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분명 생소한 맛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말해서 아메리카노와 평양냉면을 맛있는 음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자극적인 맛은, 예를 들면 눈물 쏙 빠지게 매운 맛이거나 외식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강조했던 단맛이 진한 음식 등 자극적인 맛은 시장으로 침투하는 속도가 빠르지만 이에 반해 아메리카노와 평양냉면이 갖는 맛은 분명히 대중적인 맛이 아님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 음식 칼럼니스트는 본인의 SNS에 술 마신 다음날 평양냉면을 습관적으로 먹는다는 언급을 하고 필자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매일 아침 마시지 않으면 마치 하루 중 중요한 일정을 놓친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아메리카노와 평양냉면은 맛은 대중적 선호도 보다는 먹을수록 중독성을 갖는 음식인 것이다. 대개 이러한 맛을 갖는 음식은 시장 침투는 어렵지만 한 번 시장에 진입 되면 안정적인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여기에 스타벅스의 브랜드 기획력과 평양냉면이 갖는 정통성이 더해져 지금의 문화 현상을 만든 것이다.

부자 음식의 메스티지(Masstige)화

그리고 지금 스타벅스가 형성 해놓은 국내 커피 시장에는 넘칠 정도로 다수의 브랜드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가치는 스타벅스를 모태로 했으리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사치로 느껴졌던 얼마 전과 달리 <빽다방>을 시작으로 다양한 저가형 커피 전문점들이 론칭되면서 스타벅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명품이라고 여길 수는 없지만 이것은 일종의 메스티지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평양냉면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노포를 제외하고 최근 평양냉면 전문 식당이 다수 개점하면서 선택의 폭이 한정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국내 외식시장에 앞으로도 많은 평양냉면 브랜드가 꾸준히 론칭 될 전망이다.

하지만 메스티지 브랜드가 다수 생성되는 것은 분명 기존의 오래된 브랜드에 위협임은 확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오리지널이 돋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저가형 커피 브랜드가 생기면 생길수록 스타벅스의 전문성과 고객 지향적 브랜드 가치가 돋보이게 되며, 치밀한 기획이 부재한 신흥 평양냉면 전문점 역시 오래된 식당에 비교되어 금방 사라질 것이다. 스타벅스의 커피와 평양냉면은 분명 유명해지기 까지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 하지만 근래 국내의 스타벅스와 평양냉면 선호 현상은 기존의 존재했던 정통성과 익숙함에 다양한 제 3의 문화적인 코드가 더해진 독특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