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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SK텔레콤 간에 임원 스카우트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에 네이버 클로바 총괄이었던 정석근 전 클로바CIC 대표를 SKT 아메리카 대표로 영입한 후 그의 직책을 ‘글로벌·AI 테크사업부장’으로 변경했다. 이후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15일 ,정석근 사업부장과 SK텔레콤을 상대로 ‘네이버클라우드 임원 이직에 따른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 요구’라는 제목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소송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네이버는 전직금지 명령뿐만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과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를 언급하여 불만을 표현했다.
국내 IT 기업에서 네이버 출신이 아닌 우수 개발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소프트웨어(SW)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업스테이지(인공지능), 세나클소프트(헬스케어), 포티투닷(자율주행), 팀블라인드(직장인 커뮤니티) 등은 네이버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다. 또, SK텔레콤으로 이직한 네이버 임원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이런 갈등이 발생했을까.
업계에선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컴퍼니’를 미래 비전으로 선언한 지 오래됐고, ‘초거대(LLM·Large Language Model) AI’라는 거대한 파도가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테크 기업간 AI 우수 인력 확보경쟁이 어느 때보다 격렬해지고 있는 것이다.
임원 스카우트 갈등 과거에도 있어
IT 업계에서 임원 스카우트 갈등은 흔히 발생하는 사례다. 특히 연봉이 높고 기업 정보에 대한 접근이 많은 임원들은 보통 ‘계약서’나 ‘서약서’ 등을 사용해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스카우트하려는 임원이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약을 요구하여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도 한다. 또한, 관련성이 적은 ‘○○연구소’ 등의 업무로 이동시키고 시간이 지난 뒤 원하는 업무로 배치하는 등의 조치도 취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전 직장에서 쓴 서약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법원은 직업 선택과 전직의 자유, 그리고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고려하여 판단해 결과는 다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에는 한국오라클의 최승억 상무가 SAP코리아 사장으로 이직하여 법정 소송에 휩싸였으며, 2013년에는 KT가 김철수 전 LG유플러스 부사장을 영입하자 LG유플러스가 경쟁사의 불법 채용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최 상무는 오라클을 퇴사할 때 “경쟁 관계에 있는 3개 업체에는 결코 이직하지 않을 것”이라는 각서를 작성한 것이 소송의 근거로 사용됐고, 김철수 부사장도 LG유플러스와 작성한 “퇴직 후 1년 동안 경쟁 업체에서 취업 금지”라는 서약서로 논란이 됐다.
그러나 최승억 상무는 같은 해 7월에 SAP코리아 대표로 취임했고, 김철수 부사장 역시 다음 해인 3월 31일 이후 KT에 재입사하여 커스터머 부문장, KT알파 대표이사,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를 거쳤다. 이번 정석근 전 총괄 이직 논란 역시 유사한 상황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I 우수 인력 지키려는 네이버, SKT도 손해볼 것 없다 평가
따라서 네이버가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은 단순히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총괄의 SKT 이직 자체보다는 앞으로의 AI 인력 영입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이번에 AI를 제대로 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인식을 개발자들에게 줄 수 있어 잃을 게 없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한 대표는 “SK텔레콤이 스타트업의 인력을 영입해 그 회사가 망할 정도로 하는 게 아니라면 사회적인 비난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네이버와 SK플래닛이 경쟁사였지만, 지금 같은 생성형 AI 시대에서 SK텔레콤과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가 경쟁사이므로 네이버가 AI 핵심인력의 이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클라우드가 보낸 ‘AI인력 빼가기 멈춰라’는 내용의 공문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양사간 오해가 없도록 소통을 통해 원활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