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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7일 성명을 통해 “온실가스 주 배출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와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긴 공사 기간, 경제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원자력이 유럽 그린 택소노미에서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집행위원회에 공식 내부 검토 요청을 제출할 예정이다.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하면 유럽 사법 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해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서조항을 고려할 때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1kWh 발전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70g까지 인위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또 원자력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과 핵 폐기물 매립장을 확보해야 한다.
배출권거래제나 탄소포집저장장치 등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인위적 감축 수단을 고려하면 비용이 높아 투자성이 낮아지고, 원자력 역시 매립장 확보의 어려움과 사고 저항성 핵연료가 상용화 이전 단계임을 고려하면, 원전이 친환경에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금융제공까지 연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에서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K-택소노미에 원전 추가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화석연료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재생에너지 비젼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76명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는 고립 전력망이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이 늘어나면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없다”며 “기업들의 RE100을 지원하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국민 누구나 어디서나 재생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공공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제도를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핵연료(우라늄)는 러시아를 비롯한 영국과 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라늄 가격은 전년 대비 40% 이상 상승했다”며 “에너지 안보 강화는 핵발전이 아니라 수입할 필요도 연료비도 들지 않는 햇빛과 바람의 힘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연합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에너지 자립도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EU 회원국 중 이미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30~40% 이상 달성한 나라들이 많으며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80%까지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우리나라는 이번 택소노미 결정과는 별개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국내 수출기업의 RE100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은 “원자력은 2021년 국내 발전량의 27.4%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 9.9%의 세 배 수준”이라며 “이미 높은 원전 비중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EU 그린 택소노미 기준에서 제시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과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확보 등 안전 기준을 먼저 강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르면 오는 7월말까지 원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까다로운 단서조항을 넣지 않았으면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반대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K-택소노미가 유럽 수준의 단서조항을 달면 하지 말란 이야기와 같다. 폐기물 부지 확보는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완화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