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가 현 상황에서 재판에 넘겨진다면 관련 법에 따라 5년 이내의 금고형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제3조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법 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에 대해 처벌을 하는 조항이다. 통상 교특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부주의 등 고의성이 없는 실수로 사고를 낸 ‘과실범’에 적용한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사상자가 발생했다면 일반적으로 교특법이 아닌 형법상 특수상해 혐의가 적용되나, 수사 과정에서 운전자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김원용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도로교통사고감정사)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고의범이 아닌 과실범의 경우 우리 법제에서 형량이 높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현행법상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할 때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 관계’에 따라 한 개의 교특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볼 가능성이 높다. 운전자가 역주행해 여러 사람을 사망하게 했지만 이는 한 가지 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상상적 경합에 따라 여러 죄 중 가장 중한 하나의 죄, 즉 교특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만 처벌된다는 의미다.
더욱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교통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기본적으로 금고 8개월에서 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형량은 예상보다 더 낮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주지법은 지난해 11월 순창 조합장선거가 진행 중인 투표소에 한 운전자가 화물차로 돌진해 유권자 4명이 숨지고 16명을 다치게 한 사건의 항소심에서 가해자에게 금고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유족과 합의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교특법상 법정형 상한이 5년이지만 이론적으로 정해놓은 것일 뿐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교통사고 치사상은 난폭운전 등 가중요소를 적용해도 징역 3년”이라며 “일차적으로 대법원 양형 기준을 지금보다 세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 징역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어야”
일각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대형 교통사고가 하나의 죄로 평가될 경우, 형이 너무 가벼워질 수 있다며 대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처럼 각 죄에 독자적인 형을 확정한 뒤 합산해 부과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한다면 운전 중 과실로 9명이 숨졌을 때 45년 이내에서 형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 때 발의됐으나 폐기 수순을 밟은 ‘다중 인명피해 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추진됐던 이 법은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하는 사고나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최대 징역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은 입장문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 번의 운전으로 동시에 여러 명을 사망하게 할 경우 여러 개의 죄가 성립한다”며 “형량은 미국 각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SUV 운전자가 혼잡한 버스 정류장에 돌진해 8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6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2명이 사망한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280개월(23년 4개월)의 징역형과 12개월의 보호관찰형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피해자는 영원히 미래가 사라지고 가족들은 지속적인 고통을 받는 데 가해자는 단기적인 처벌만 받는 상황”이라며 “시민 불안 최소화를 위해 대책 입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