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아직 지출되지 않은 세후 소득 및 저축액을 모두 합산해 초과저축을 추산한 결과, 올해 2분기 약 19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초과저축은 2021년 8월 2조 1000억달러로 최고액을 찍은 뒤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은 “빠르면 이번 분기에 고갈될 수 있는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연말에는 초과저축이 완전히 고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른 개인 저축률은 올해 들어 평균 4.3%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개인 저축률은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4월 미 정부의 현금 지원 등에 힘입어 33.8%로 급등했고, 봉쇄조치가 지속됐던 2021년까지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복소비가 본격화하면서 3.5%로 급락했고 올해 소폭 반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 가계의 자산과 부채 변화를 토대로 대차대조표상 저축 및 기타 현금성 자산을 측정한 또다른 분석에서는 올해 2분기 초과저축이 16조 8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1분기(17조 5000억달러)보다 적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12조 7000억달러)보다는 여전히 많은 금액이다. 즉 팬데믹 전보다는 저축 증가 속도가 다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WSJ은 “팬데믹이 없었다면 어느 정도 저축이 이뤄졌을지에 대한 가정을 달리했기 때문에 각 기관마다 추정액에 차이가 발생했다”면서 “문제는 남아 있는 초과저축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즉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는지 혹은 중산층 및 저소득층이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소비자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중산층·저소득측 계좌의 보유액이 많을수록 미 경제엔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연준 자료를 인용해 미국 가계의 전체 초과저축이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 감소하며 고갈되고 있지만, 소득 상위 20%의 저축은 2020년 3월 대비 7.7%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소득 하위 40%는 같은 기간 저축이 8% 줄었고, 중산층도 1.4% 감소했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미국인들의 소비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연준은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 경우 가계의 차입 부담이 커져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육박하는 만큼, 소비가 줄면 미 경제가 연착륙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다른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에서는 올해 7월 현재 아직 1조 3000억달러의 초과저축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 GDP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부유층과 중산층, 저소득층의 현금 잔고가 모두 2019년 대비 40% 이상 늘어 고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비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력한 노동시장이 임금을 끌어올려 소비가 지속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데이비드 틴슬리 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노동시장 덕분에 저축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계속 지출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다”며 “(보복)소비는 미친 짓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