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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직된 고물가, 내년엔 금리 동결 얼마나 유지하냐가 관건”
17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주관의 ‘2023년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연준의 최종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5% 안팎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한국은행 최종금리도 3.5~3.75%로 전망했다. 이들은 최종금리 수준보다 최종금리에 도달하는 과정과 이를 얼마나 유지할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사이클이 초반에 더 빨리 금리를 올리면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앞당겨지는 프론트 로딩(front loading)이었으나 이 부분이 약간 후퇴하면서 어느 정도 올려놓고 쉬었다가 그 효과를 보고서 다시 생각하자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골드만삭스의 경우 내년 2~3월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쉬었다가 5월에 다시 올리는 것으로 전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준이 네 번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로 올린 것은 그동안 워낙 낮았기 때문에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지금은 리스키한 구간에 들어왔다”며 “사실 연준도 적정금리를 알 수 없고 적정금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금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이를 긴축 강화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생각해야지, 정책을 전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25bp가 오르든 덜 오르든 관계없이 금리를 얼마나 끌고 가느냐가 내년 주된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쉽게 전환되기 어려운 이유는 고물가의 경직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경직성이 높고 하락 속도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물가가 2%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내년, 내후년에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금센터에선 내년 상반기말이나 하반기에 국제유가가 또 다시 100달러를 넘어설 위험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정석 국금센터 전문위원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에서 배럴당 110달러로 유가를 전망하고 있는데 경기 기대가 바뀌는 시점에서 유가가 다시 한 번 강한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며 “공급차질 우려, 석유 제품 부족, 통화정책 및 강달러 피봇, 재고 부족, 지정학적 불안 등 각종 요인들이 유가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말이나 하반기엔 세 자릿 수 유가를 구경할 수 있다”며 “강세론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 크나…양호한 고용시장은 연착륙 기대 높여
고물가의 경직성이 높아 연준의 피봇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적된 금리 인상에 따른 긴축 효과로 미국 경기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장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중립금리 수준은 2.5%이고 9월께 정책금리가 그 수준을 넘어섰으므로 (정책 시차를 고려하면) 내년 중반께에는 미국 경기침체 확률이 높다”며 “현재까지 올린 금리와 추가로 올릴 금리를 고려하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인선 국금센터 부원장은 “연준은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연착륙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만 다수는 불확실성과 연준에 대한 신뢰 악화로 연준 예상과 달리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나마 양호한 고용시장은 미국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성택 국금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얕은 수준일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고용시장 때문”이라며 “메릴린치는 내년말까지 실업률이 1.4%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봤지만 경제성장률 감소폭은 0.4~0.6%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지만 해고자는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일부 IT기업들에서 실업이 늘어나지만 인력 채용 수요는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