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천항 등 주요 항만, 장치율 상승세…평택항 “주말 고비”
시멘트·타이어 공장 출하 정지…현대차·포스코 등도 차질 빚어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이틀째로 접어들면서 부산항과 평택항·인천항 등 주요 항만을 비롯해 내륙 컨테이너 기지와 주요 생산기지에서의 물동량이 평상시보다 줄어드는 등 운송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인천 연수구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앞에서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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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부산항 전체 부두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은 74.5%로 59만2335TEU 중 44만1424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을 기록했다.
전날과 비교해 1.1%포인트 상승했다. 부산시 비상대책본부는 “아직 장치율에 여유가 있지만 파업 장기화 시 항만 마비는 시간문제”라며 “현재 빈 컨테이너가 많아 유사시에는 이를 옮겨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항 화물 터미널에도 운영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따라 인천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화물 반출량이 평상시 10∼2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항만공사는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 등에 비어 있는 컨테이너를 외부로 반출하도록 요청했다. 인천항만공사 측은 “현재 화물을 반출할 수 있는 차량이 없어서 평상시 80% 수준이던 장치율이 90%를 넘어섰다”며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평택항도 지난 7일 반출입량이 68TEU로 집계됐다. 지난 한 달 하루 평균 반출입량 3010TEU와 비교하면 98%가량 줄었다. 평택항은 현재 반출입량을 고려할 때 닷새 정도 후면 장치장은 가득 찰 것이라 예상했다.
|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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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뿐만 아니라 내륙 컨테이너 기지도 비상상황이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의 하루 평균 반출입량은 4371TEU이나 파업 첫날인 7일 반출입량은 631TEU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왕 ICD 측은 육상 운송이 거의 없었고 철도 수송만 일부 이뤄졌다고 했다. 장치율은 52%로 평일 50% 수준과 비슷하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의왕 ICD는 새 물량을 받지 못해 장치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육상 운송은 막혔지만 철도를 통한 컨테이너 반출은 지속하고 있어서다.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몰린 의왕 ICD 옆 의왕 유통기지는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전날 오전부터 시멘트 운송이 중단됐다. 충북 단양군 매포읍 한일시멘트 출하장 입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연 화물연대는 이날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조합원들이 출하장 앞 도로를 가득 메워 한일시멘트 출하장 진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인근 성신양회 단양공장 입구에도 조합원들을 배치한 상황이어서 비조합원들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는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량의 60%를 육로로 운송해 온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는 40%인 철도 운송 비율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요에 대처할 방침이다. 충북 청주시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역시 총파업 이후 주류 운송 길이 막혔다. 한국타이어는 대전·금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타이어를 공장 밖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물류 운송이 전면 중단되면 하루 평균 90억원 가량 손실을 볼 것으로 한국타이어 측은 추산했다.
|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도로에 조합원들의 차량이 멈춰 서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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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가동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업체는 19개 사인데 대부분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운송 거부를 논의 중이다. 운송 거부를 결정하면 늦어도 9일부터 완성차를 운송하는 카 캐리어 운행이 중단된다. 지난 7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는 최소 7만5000t 가량의 철강재 출하가 지연됐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하루 출하량(4만9000t)의 약 40%인 2만t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하되지 못했다. 광양제철소에서도 1만5000t 가량 출하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또한 포항공장 9000t을 포함해 당진·인천·순천·울산공장 등 전국 공장에서 약 4만t의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