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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92조의 6’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남성 군인 A씨와 B씨는 2016년~2017년 근무시간 외 영외에 있는 독신자 숙소에서 성행위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보통군사법원은 영외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에도 군형법이 적용된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 A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B씨에겐 징역 3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군검사와 피고인들의 항소로 이어진 2심 고등군사법원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인의 다수의견으로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사적 공간에서 합의 하에 이뤄졌다면 동성 군인 간 성관계는 군기를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합은 “동성 군인 사이 성관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해당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거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이고,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근무시간 외 자발적 합의에 따라 성행위를 한 것이 군기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전합은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며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합은 남성군인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 아래 이뤄진 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군형법상 추행죄가 된다는 종전 대법원 판결 들을 변경했다고도 밝혔다.
이날 상고심 선고공판에선 별개의견과 반대의견도 나왔다.
안철상 대법관은 현행 군형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안 대법관은 “인간의 성적 자유를 확장해 온 역사적 발전과 특정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이나 처벌을 금지하는 세계적 추세에 비춰 보면, 현행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며 “현행 규정은 적전·전시 등 상황에서 적용되고 평시에는 군사훈련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군기를 침해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만 적용된다”고 했다.
김선수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도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해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군기를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여지를 남겨두는 해석은 문언 해석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규정은 행위의 강제성이나 시간과 장소 등에 제한 없이 남성군인들 사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라 봐야 한다”며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라 하더라도 그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