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인상 내년까지 계속된다…“지출 여력 충분”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록터앤드갬블(P&G), 네슬레, 버라이즌과 등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빠르게 증가하는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내년에도 계속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SJ는 질레트 면도기, 네슬레 커피, 치포틀레 부리또 등을 앞으로 몇달 안에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제품으로 꼽았다.
최근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연장되면서 외식, 항공, 호텔 등에 대한 지출이 줄면서 가계 저축은 증가하고, 노동력 부족 사태로 임금은 올라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이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면서 가격 상승이 가정용품 생산업체의 비용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수혜를 입은 기업들은 3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내년에는 더 견조한 매출과 수익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문제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탁 세제 타이드와 팸퍼스 기저귀를 만드는 P&G는 향후 몇 달에 걸쳐 주요 상품의 가격을 올리겠다며 3차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가공식품 회사인 네슬레는 네스프레소와 스타벅스 등 집에서 마시는 고급 커피 수요 성장을 근거로 올해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또 올려잡았다. 네슬레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때도 올해 가이던스를 상향한 바 있다.
|
◇가격 올려도 수요 견조…인플레 지속되면 타격 우려도
안드레 슐텐 P&G 최고재무책임자는 최근 지난 9월 상품 가격 인상과 관련, “소비자로부터 (수요 하락 등의) 구체적인 반응을 보지 못했다”라며, 가격 인상이 결과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치포틀레는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근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기업들이 자신 있게 가격 상승을 단행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경쟁업체들 역시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느 한 업체만이 가격을 올린다면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이어지겠지만 다 같이 올린다면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인건비와 운송비의 상승, 원자재 가격의 오름세 등을 감안할 때 경쟁사들 역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들은 원가 상승 부담과 함께 고품질 커피와 부드러운 화장지, 새로운 면도칼 등을 자랑하며 가격 인상에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사람들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물건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닉 모디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경기 부양책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월세를 내기 시작하면서 물가(인상)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