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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용 한국아이큐비아 대표 "K-바이오, 게임체인저 가능"

박미리 기자I 2021.10.05 14:14:48

글로벌 바이오 산업 역사 짧아, 한국 거품 아냐
상업화 능력 다소 미흡, 시장은 제품 만들길 원해
'어미새' 클러스터·'인큐베이터' 파트너사 보완책
환자 중심 '의료 마이데이터' 조성, K바이오 긍정적
한국 20년치 의료데이터 확보…데이터 게임 유리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한국 바이오 산업이 늦었다고 보지 않아요. 연구개발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정수용 한국아이큐비아 대표(사진=한국아이큐비아 제공)


정수용 한국아이큐비아 대표는 4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 주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아이큐비아는 2017년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통계분석 및 컨설팅 제공업체 ‘IMS헬스’와 임상위탁기관(CRO) ‘퀸타일즈’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IMS컨설팅그룹 한국 대표,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등을 역임한 정 대표는 같은 해 한국아이큐비아 초대 대표로 선임됐다.

정 대표는 최근 성과에 비해 국내 바이오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나온 ‘거품’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바이오는 다른 산업처럼 1년 만에 눈에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산업이고 대두된지 오래된 산업도 아니다. 암젠, 제넨텍 등 글로벌 바이오사들도 역사가 30~40년 정도”라며 “한국에서 바이오 산업이 본격화된 건 이보다 짧은 20년이다. 그럼에도 현재 임상 진전을 지켜보면 우리나라가 (발전이) 늦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려면 기술력 외에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다. 정 대표는 “한국 바이오사들의 한계를 굳이 꼽자면 연구개발은 잘하지만 ‘연구를 매출로 일으키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산업은 연구소, 산학과 개념이 분명히 다르다. 시장에서는 바이오사들이 연구개발을 잘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익을 올리는 제품’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 대표가 제시하는 게 대형 바이오사가 주축이 된 클러스터에 들어가는 것이다. 정 대표는 “클러스터 주축이 되는 대형 바이오사는 ‘어미새’ 역할을 해야한다. 해외 클러스터 안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빅파마가 있다”며 “하지만 국내 클러스터에는 비슷비슷한 기업들이 모여있다. 국내 선두 바이오사 매출도 해외 빅파마의 50분의1에 불과하다보니 다른 바이오사를 키워줄 수 없고 되레 경쟁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기간 내에는 아이큐비아 같은 파트너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아이큐비아는 ‘인큐베이터’ 역할로 고객사가 필요한 단계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디자인, 시장조사, 인수합병(M&A), 허가 등 다방면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특히 올해 5월에는 소규모 바이오사들의 임상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전담조직 ‘바이오테크’(IQB)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는 “빅파마보다 경험이 적은 연구소 벤처들에 의미가 있는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향후 국내 바이오사들이 글로벌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높게 봤다. ‘의료 마이데이터’(마이 헬스웨이) 도입에 의해서다. 그는 “의료 마이데이터는 제약사가 아닌 환자가 원하는 정보”라며 “이전에는 고혈압 약이 어느 지역에서 몇개, 전월 대비 얼마나 팔렸는지 같은 데이터가 취급됐다. 이제는 환자가 고혈압에 걸렸을때 식이습관이 어땠는지, 과거 먹은 약들이 어떤 효과를 냈는지 같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아이큐비아는 이 데이터들을 ‘익명화’하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데이터들이 향후 바이오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 판단해서다.

이렇게 되면 한국 바이오사들은 보다 유리할 수 있다. 정 대표는 “해외는 화이자 한 곳이 매출의 5분의1인 10조원을 R&D에 쓰는데 우리나라는 전체를 합쳐도 R&D에 10조원을 쓰지 못한다”며 “자본이 주가 되는 게임에서는 한국이 이기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데이터가 들어오는 순간 자본 게임이 아닌 데이터 분석 게임으로 전환된다. 한국은 20년간 의료 데이터를 모았다”며 “빅데이터는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이를 기반으로 바이오 산업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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