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깜짝 실적’…非메모리 분야 M&A 등 절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7일) 올 2분기 잠정 실적(매출 63조, 영업이익 12조 5000억원)을 발표했지만, 당일 주가는 전일 대비 0.5% 하락한 8만 8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18.9%, 53.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컨센서스(10조 9741억원) 대비 13.9%나 늘어 명백한 호(好)실적이었다. 그런데도 주가가 상승은 고사하고 오히려 하락하자 동학개미들 사이에선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급격히 꺾이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선 이번 깜짝 실적이 D램 가격 호조와 디스플레이 사업의 1회성 이익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추가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비메모리 분야의 성장 가시화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기업의 M&A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시장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9개 분기 연속으로 시장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다보니 어닝 서프라이즈는 오히려 당연한 정례 행사가 됐다”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나 M&A 등 그동안 삼성이 잘 했다고 할 수 없는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나 전략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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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현금보유액만 100조원이 넘어 비메모리 분야에서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의 M&A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인수 후보로는 대만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 세계 시장 3~4위권인 글로벌파운드리스(GlobalFoundries), 전장(전자장비)부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인 네덜란드 NXP 등이 거론돼 왔다.
하지만 실제 M&A가 성사되더라도 까다로운 주요 국가의 기업결합 심사가 기다리고 있어,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또 중국 등 주요 국가의 반대로 브로드컴의 퀄컴(팹리스 세계 1위) 인수가 좌절되는 등 M&A가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세계 1위인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반도체 설계 분야 1위인 ARM을 400억 달러(약 45조 7000억원)에 인수하며 반도체 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 M&A를 성사시켰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주가는 인수 직전엔 기대감에 불과 2개월 만에 400달러에서 560달러까지 40% 가량 급등했지만, 정작 인수를 확정한 이후부터 7~8개월간 50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횡보디아’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지만, 그해 연말 D램 등 메모리 호황 기대감이 나오기 전까지 7만~8만원 박스권을 벋어나지 못했다. 이들 두 회사 모두 인수 결정 이후 9~10개월이 지났지만, 주요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현재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M&A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더라도 각 분야 세계 1~2위 권의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면 경쟁업체들의 견제로 기업 결합 심사가 순탄하게 마무리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설령 M&A에 성공하더라도 인수한 기업의 실적으로 본격적으로 반영될 때까지는 1~2년 이상 시간이 더 걸리고, 전장부품 1위 기업인 하만의 경우엔 인수 5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실적 기여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