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지난 6월은 성소수자 인권의 달(Pride Month)이었다.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정체성 등이 사회적 소수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LGBT 혹은 퀴어라고도 한다. 퀴어(Queer)는 과거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 바 있으나 1980년대 동성애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퀴어라 부르기 시작하면서 부정적 의미가 희석되었고, 현재는 동성애자를 포함해 성소수자 전반을 포함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첫 글자를 딴 단어다. 최근에는 AIQ 등을 덧붙이기도 하며 A는 무성애자(Asexual), I는 간성 (Intersex), Q는 자신의 성별정체성 혹은 성적 지향에 의문을 품는 Questionner를 의미한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1980년대부터 동성애를 질병분류에서 삭제했고, 2013년 이후 트랜스젠더에 내려졌던 성정제성장애 진단을 삭제하는 대신 성별정체성이 다름으로 인해 개인의 사회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를 일컫는 성별위화감 (gender dysphoria)이라는 진단으로 바뀌었다. 즉 성별정체성이 다름은 질환이 아니며, 성별비순응을 느끼는 일부의 사람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 문제라고 해석하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성정체성장애는 더 이상 합당한 용어가 아니며 성정체성이 다른 것은 더 이상 장애가 아니라고 공표하고 정신질환 영역에서 삭제했으며, 대신 성건강영역에 성별비순응이라는 진단으로 대체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6월을 ‘성소수자(LGBTQ) 프라이드 달(Pride Month)’로 지정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약속하고 이들의 권리 확대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의회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이들에 대한 의료장벽이 턱없이 높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가 많지 않고, 성별위화감 해소를 위해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호르몬치료 및 제반 수술 모두 보험급여에서 제외된다. 전 세계적으로 약 0.5% 혹은 그 이상이라고 추정되는 트랜스젠더의 빈도로 미루어 약 25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 트랜스젠더들의 의료현실이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성소수자를 위한 젠더클리닉을 열어 이들을 돌보는 의사가 있다. 이은실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주인공이다. 이교수는 2008년쯤 우연히 외국에서 수술 받은 트랜스젠더를 환자로 만난 것이 계기가 돼서 젠더클리닉을 열고, 미국의 젠더클리닉 유학까지 다녀왔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의학적으로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심을 갖다 보니 이 분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이 너무 부족한 것도 알게 되었다.”며 “주로 온라인에서 약을 구하고 병원에 가면 거부당하는 일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부인과 전문의이지만 생식호르몬 분야인 내분비 전공이기도 해서 트랜스젠더 호르몬 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은 미국 연수로 이어졌다. 2016년 8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F) 베니오프 소아병원 젠더클리닉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베니오프 병원은 성별비순응으로 고민하는 아동 및 청소년들을 위한 진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었다.
어린아이들에게 적용해야 할 심리상담,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사춘기 억제제 투여 시기 및 방법들을 배웠다. 그곳에서는 젠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정신과의사가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의 소아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6개월에 한 번씩 상담을 진행한다. 이들 중 많게는 65%가 생물학적 성별과 일치하는 쪽으로 정체성을 찾는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성별비순응이 지속되는 청소년들에게 사춘기 억제제를 투여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이차성징이 발현되는 것을 잠시 억제하고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관하여 상담하고 성찰한 시간을 확보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진료실에서 본 가장 어린 트랜스젠더의 나이가 만 14세였다. 이 나이에는 이미 2차 성징이 거의 끝나서 성인이 된 후에 이차 성징의 특징을 제거하거나 바꾸는 수술을 많이 받게 된다. 더 어린 시절부터 성별비순응을 가진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시 이차 성징이 발현되기 시작할 때 사춘기 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했으면 외과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며 조기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14년 처음 젠더클리닉을 열었을 때는 그를 찾는 이들이 20여명에 불과했다. 연수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2018년부터는 급격히 늘어 현재는 230여명이 클리닉을 찾고 있다.
젠더클리닉에서는 성별불일치감이나 위화감을 느끼는 것으로 진단 받은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호르몬 투여를 시행한다. 생물학적 여성이지만 남성으로서의 성별정체성을 가진 이들에게 남성 호르몬을 투여하면 목소리가 저음으로 변하고 수염도 나서 자란다.
이 교수는 “상담은 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치료사에게 지속적으로 받을 것을 권하고, 좀 더 편안한 신체조건으로 변화시키는 호르몬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외과적 수술을 원하는 트랜스젠더도 있지만 호르몬제 투여만으로도 만족하는 이들도 많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인 성별 정정은 생식기 제거술이나 재건술, 불임 수술 등을 받아야만 가능하고 복잡한 서류 절차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도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2019년부터는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간사랑 환자사랑’이라는 주제 하에 “젠더 및 트랜스젠더의 이해”라는 강의를 맡고 있다. 짧은 시간의 강의지만 의과대학 학생들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며, 2021년 Sexual Medicine이라는 해외논문지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태도’라는 주제로 출간된 바도 있다. 이 논문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였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젠더클리닉은 현재 여러 과(비뇨의학과, 소화기내과, 간,담도내과, 성형외과, 유방외과, 혈전클리닉 등)와 협의하여 트랜스젠더의 안전한 호르몬 치료를 최상의 목표로 지향하고 있으며, 앞으로 성별확정수술을 포함한 전반적인 트랜스젠더의 의학적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통합적으로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클리닉으로 발전하기 위해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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