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기승을 부리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감염 질환이 우리의 일상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지나간 것은 2009년 신종플루 이후 5년 만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신경한 까닭에 모르고 있었을 뿐, 우리 주변에는 그 외의 수많은 감염 질환이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빼앗아갈 기회를 틈틈이 노리고 있었다.
그 중에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감염 질환이 야생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이하 SFTS)’이다. 실제로 메르스 광풍이 휘몰아치는 동안 제주, 경남 고성, 경기, 경남 양산에서 4명의 SFTS 환자가 사망했다.
SFTS는 병명에 표현된 것처럼 발열, 전신통의 증세로 시작했다가 혈소판 감소, 출혈, 의식저하와 함께 여러 신체 장기의 기능이 손상되며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약 25%의 환자에서는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계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처음에 감기나 장염으로 생각해 병원을 찾았다가 1~2주 만에 급격히 악화돼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감염된 환자의 약 3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작은소참진드기(Haemaphysalis longicornis)’가 사람을 물게 되면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질병이 발생하게 되는데, 작은소참진드기는 우리나라 야생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진드기 중 하나다. 따라서 야외활동이 활발한 4월에서 11월에 사이에 주로 SFTS 발생이 보고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의 환자가 5월에서 7월 사이에 감염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SFTS에 감염된 환자의 평균 연령이 약 70세인데, 이것은 농촌 사회의 고령화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감염된 환자들의 약 70%가 농사를 짓거나 산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야생의 작은소참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비율이 0.5% 정도 이므로 한두 번의 노출로 SFTS에 감염될 확률은 낮다.
하지만 농사를 짓거나 야외 활동이 빈번하게 되면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는 횟수가 잦아지기 때문에 SFTS에 감염될 확률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환자들이 주로 고령자이기 때문에 “난 젊으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예방 조치를 게을리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FTS 예방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으로 야외활동 중에는 덥더라도 긴 팔, 긴 바지를 착용하고, 소맷단을 묶어서 진드기가 몸안으로 기어 올라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풀밭이나 산속에서 취침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피할 수 없다면 곤충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탁 교수는 “ 진드기가 물었다고 해서 반드시 SFTS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므로 잠복기인 2주 동안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발열, 전신 근육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