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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유혈진압` 이집트,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정훈 기자I 2013.08.14 23:43:52

한달간 비상사태..군부에 치안유지 지시
무르시 지지자 강제해산..95~250명 사망 추정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군부 주도로 출범한 이집트 정부가 끝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집트 군과 경찰이 카이로 시내에 있는 무르시 지지자들의 농성장을 강제 진압하고 있다.(사진=BBC)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국영TV를 통해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밤 11시)를 기해 한 달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군부에 대해서도 국내 치안 유지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를 진압하는 병력간의 충돌로 대규모 유혈사태가 벌어진데 따른 것으로, 새로운 정부 역시 신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이날 아침 동이 트자마자 이집트 군과 경찰은 장갑차와 불도저 등을 동원해 수도 카이로 시내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이고 있는 무르시 지지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한 작전에 감행했다.

진압 대상이 된 라바 알-아다위야 모스크 외곽의 농성장과 나다 광장 농성장 등이 철거됐다. 이로 인해 시위대는 인근 동물원과 카이로대학 등으로 흩어진 상태다.

군경측은 이 과정에서 최루탄만을 사용했지만 불가피하게 충돌이 발생해 9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무슬림 형제단측은 군경이 저격수까지 동원해 시위대에게 발포한 탓에 최소한 25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슬림 형제단을 이끌고 있는 무함마드 엘-벨타기의 17세 딸과 현장에서 취재중이던 영국 스카이뉴스의 믹 딘 카메라 기자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이집트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미국과 유럽연합(EU), 아랍국가의 중재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미국과 유럽,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들이 군 시설과 교도소에 구금 중인 무르시와 무슬림 형제단 지도부를 만나 시위 중단과 화해를 요구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무르시 하야 이후 40일된 군부 정부도 정치적인 해결을 포기한 채 공권력을 앞세워 대규모 유혈사태를 초래함으로써 대중적인 신뢰를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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