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美 사고]생존 탑승객들, '마음의 상처'가 더 위험

장종원 기자I 2013.07.09 18:22:11

대형사고 생존자 최대 75% 심리적 후유증 시달려

[이데일리 장종원 천승현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지난 7일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충돌사고로 승무원과 탑승객 307명이 생사를 오가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 8일 사고 항공기 탑승객 11명이 입국했으며 이 중 2명은 구급차를 이용해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들은 사고로 인한 외상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로 부상을 입은 승객들은 피해 정도에 따라 치료비와 부대비용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보상받게 된다. 육체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질환을 겪는 환자들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아시아나항공에 치료비를 청구하면 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치료비와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사고 이후 생존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사고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표적인 질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자동차·비행기 사고, 테러, 지진 등 심각한 사고를 겪은 후 나타나는 불안 장애로, 재난을 당한 사람들 중 적게는 5%에서 많게는 75%가 경험한다.

큰 충격의 사고를 겪은 피해자들은 대체로 사고 직후 가슴 두근거림, 불안, 초조, 공포, 악몽 등의 일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특히 사고 이후 사고 당시의 장면이나 기억이 생생하게 재현되거나 악몽 등에 시달리는 사건의 재경험 증상,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회피반응, 두려움, 무력감, 자책감 등에 시달리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 장애가 발생하면 작은 자극에도 깜짝 놀라고 예민해지거나 분노조절의 어려움,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도 10명 중 3명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4명은 불안·공포·악몽 등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며, 이 중 2명은 사회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증상을 호소한다. 또 1명은 후유증으로 인한 약물 남용이나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려면 자기 자신의 적응 노력과 함께 가까운 사람들의 따뜻한 이해와 지지, 정신과 치료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큰 충격이나 두려움 뒤에는 왜곡된 생각들이 자리잡고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인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 교환을 하면 건강한 자기조절능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후회·자책감·무력감 등에 빠져 있고 혼자 지내려고 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일상생활 관리에 심각한 영향이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불면·불안·사건의 재경험 등에서 벗어나 건강한 생활 리듬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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