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간 갈등을 조정할 법정 기구마저 부재한 가운데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책임 공백과 사건 처리 지연의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리니언시 사건은 우리 것”…중수청·공소청 갈등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청을 찾아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예방했다. 지난 2일 두 기관 출범 이후 수장 간 첫 공식 회동이다. 양 기관은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담합 사건 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인 ‘리니언시’를 둘러싼 권한 갈등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중수청은 리니언시가 수사 초기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 기법인 만큼 자진신고 접수와 잠정 순위 부여를 중수청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소청은 형벌 감면이 검사의 소추재량과 직결되는 만큼 신고 접수 단계부터 검사가 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수청에서 자진신고 1순위를 인정받더라도 기소 단계에서 감면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건 관할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경찰이 중수청에 인지 통보한 사건은 2002건이지만 실제 이첩 요구는 1건에 그쳤다. 서울중수청은 지난달 23일 금융기관 인공지능(AI) 해킹 사건에 대해 경찰의 기존 수사 진행 상황과 국제공조 등을 고려해 수사를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중수청의 이첩 요구 전까지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주체를 결정하는 구체적인 기준과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다.
공소청의 직접 보완수사 폐지에 따른 경찰의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예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2~29일 공소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거구한 건수는 1만 246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검사가 직접 처리하던 보완수사가 경찰에 대한 요구로 전환되면서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 부담 증가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사건을 다시 송치해야 하는 만큼 수사기관 간 기록 송부와 검토 절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검사가 직접 증거를 보강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인력과 처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보완수사 요구가 누적되고 사건 처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수사·기소 분리로 기관 간 견제 장치를 강화했지만 정작 사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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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에 따른 ‘사실관계 확인’ 제도도 논란이다. 검사가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취득한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특히 검사가 피의자를 직접 불러 문답하면서도 피의자신문조서는 작성하지 않고 면담 내용을 수사보고서로 남기는 방식이 활용되면서 방어권 침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존 피의자신문과 달리 진술 내용을 열람하거나 정정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지웅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검사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명목으로 피의자를 불러 문답하고 그 내용을 수사기록에 남기는 것은 수사와의 경계가 모호한 절차”라며 “기존 피의자신문에서 보장되던 진술 내용의 확인·정정 절차마저 약화될 경우 국가의 범죄 대응 역량은 물론 피의자의 방어권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관 간 갈등을 조정할 법정 기구도 아직 없다는 점이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4에 따른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 관련 규정은 내년 2월 5일에야 시행된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출범 이후 약 4개월간 법정 조정기구 없이 기관간 협의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사건 관할을 둘러싼 이견이나 보완수사 과정의 업무 중복이 반복되면 수사 지연 뿐만 아니라 책임 소재마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관 간 협의에만 의존하기보다 구체적인 사건 배분 기준과 실효성 있는 조정 절차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소청 한 관계자는 “가장 심각한 것은 기관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그에 따른 사건 처리 지연과 수사 공백의 피해가 고스란히 사건관계인과 범죄 피해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취지와 별개로 사건 이첩 기준과 기관 간 책임 소재, 증거 확보 절차를 명확히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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