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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즈볼라가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한 시점이 시리아내전에 개입하면서부터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2012년 같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을 직접 파병했다. 시아파 공동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에서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조직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워싱턴에 있는 중동연구소의 프로그램디렉터인 란다 슬림은 “시리아는 헤즈볼라 확장의 시작이었다”며 “이는 그들의 내부 통제 메커니즘을 약화시키고 대규모 침투의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내전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헤즈볼라 조직을 꿰맞출 수 있는 많은 단서를 제공했다. 헤즈볼라가 자주 사용하는 ‘순교자 포스트’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FT는 “전사자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그의 친구들이 소셜 미디어에 소식을 올렸다는 등의 작은 정보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며 “장례식은 이같은 정보가 더욱 드러났고,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고위 간부들을 그림자 속에서 끌어올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전직 레바논 고위 정치인은 헤즈볼라가 부패한 시리아 정보기관이나 미국이 정기적으로 감시하던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락한 것이 헤즈볼라의 정보를 더욱 노출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사이버 해킹 능력도 빛을 발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을 첨령한 초기에 티레에 있는 이스라엘 첩보기관(신베트) 본부를 2번 폭파시켰다. 이 문제를 잘 아는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 후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암호화되지 않은 드론 촬영을 해킹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사이버 해킹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영상자료 판독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 장애청년들을 채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9900부대’가 대표적이다. 이 부재는 테라베이트 규모의 시각적 이미지를 걸러내 사소한 변화라도 잡아내 길가의 폭발장치, 터널 위의 통풍쿠, 벙커를 암시하는 콘크리트 보강재 공사 등을 찾아냈다.
헤즈볼라 요원이 확인되면, 이스라엘은 그의 동선을 다양한 경로에서 추출해낸다. 헤즈볼라 요원 아내의 휴대전화, 스마트카의 주행거리계, 머리 위를 나는 드론, 해킹된 CCTV, TV리모콘의 마이크에 잡힌 그의 목소리 등에서다.
헤즈볼라 요원의 일상적 동선이 파악되면, 그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정보장교가 조사해야 할 ‘경고’로 인식됐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지휘분대의 중간 지휘자와 헤즈볼라가 언제 공격에 나설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이스라엘 정보부는 수년에 걸쳐 헤즈볼라 군사시설로 추정되는 수천개의 목표물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한 이스라엘 전직 관리는 “이스라엘은 많은 역량과 정보를 저장해두고 사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몇 년동안 이스라엘 정보부는 나스랄라를 간헐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기술도 완성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공격을 한 며칠 뒤, 이스라엘 정보부는 나스랄라를 발견해 사살 작전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백악관의 반대로 이 공습은 취소됐다. 그러나 지난 27일 공습에서는 미국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에 참여하고 있는 도중 이스라엘군은 주거용 건물 18m 지하에서 회의 중이던 나스랄라를 ‘벙커버스터 폭탄’인 BLU-109를 이용해 사살했다.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폭탄 100여발이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어버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9일 나스랄라의 시신이 발견됐다. 두 소식통은 그의 몸에 직접적인 상처는 없었으며 사망원인은 폭발에 따른 둔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