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SK텔레콤에 자사의 인공지능(AI) 인력 스카우트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초거대 AI 개발을 위한 경쟁에서 국내 대표 IT 기업 간 인력 유출 공방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다.
20일 본지의 취재 결과,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15일 SK텔레콤에게 자사의 AI 핵심 인력을 빼 가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을 포함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 내용증명에는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총괄(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을 SK텔레콤 미국 법인 대표로 채용하고, 이를 통해 다른 임직원을 연쇄적으로 빼가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네이버는 이러한 행위가 업무 위임 계약서 상의 경업 금지와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법령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IT 업계에서의 이직 공방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네이버가 임직원 이직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네이버는 AI 관련 사업을 담당했던 정석근 전 대표가 SK텔레콤의 글로벌 및 AI 테크 사업을 담당하게 된 것과 함께, 재직 당시 함께 일했던 리더급 직원들까지 데려가려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의 AI 인력 다섯 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네이버의 주장은 오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측은 정석근 전 총괄이 퇴사할 때 네이버 경영진에 미국 법인에서 투자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HR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네이버의 AI 인력 영입은 추진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사 간의 오해가 없도록 소통을 통해 원활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논란에 휩싸인 정석근 전 대표는 2020년 4월부터 작년까지 네이버 사내 독립기업(CIC) ‘클로바 CIC’ 대표를, 올해 들어선 네이버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었다. 그러다 지난 4월 퇴사한 뒤 같은 달 글로벌 사업과 벤처 투자를 담당하는 SK텔레콤 아메리카로 이직했다가 두 달여 만에 글로벌·AI테크 사업부장을 겸하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업계에서는 초거대 AI 개발 경쟁의 치열함을 나타내는 증거로 해석했다. 통신과 인터넷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기업이 초거대 AI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AI 넘버원 회사이기 때문에 스카우트 제안도 많을 것”이라며 “인력 유출에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