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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유럽 주류 정치에서 배제됐던 극우 정당의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 멜로니가 이끄는 Fdl은 4년전 총선에선 지지율이 4%대에 그쳤으나 이번 조기 총선에선 출구조사 결과 22∼2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스웨덴 총선에선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우파연합 최대 의석 정당이자 원내 제2정당으로 도약했다. 스웨덴민주당의 득표율은 2010년 5.7%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역대 최대인 20.6%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이은 총격 사건 등으로 치안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반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스웨덴민주당은 지지층을 넓혔다. 6월 프랑스 총선에선 유럽의 간판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인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 전쟁·경제난 틈타 유럽 휩쓰는 극우
외신들은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식량 부족, 이민자 등 유럽에 닥친 변화와 위협을 극우 돌풍의 원인으로 짚었다. 미국 CNN은 “유럽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부활에 완벽한 조건”이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조용했던 유럽의 보수 우파가 부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극우 성향 독일을위한대안(AfD)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인 군나르 벡은 “유럽의 주요 강대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스웨덴까지 분명히 뭔가 일어나고 있다”며 “명백히 실패한 범유럽 정통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유럽 시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유럽의 그린딜 정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등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왔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자 어려움을 느낀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정부와 정치 체제에 불만을 가지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극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버밍엄대의 닉 치즈먼 정치학과 교수는 “식료품과 주유비 상승,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하락, 불평등 증가, 계층 이동 감소, 이민에 대한 우려는 극우 지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절망감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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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유럽 내 극우 세력의 득세가 EU의 의사 결정을 막는 ‘포퓰리즘 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연정 붕괴로 인해 지난 7월 사임한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는 ECB의 존경 받는 수장 출신이자 친 EU 성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믿을 만한 인물’로 통했다.
반면 반이민·반유럽연합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진 멜로니는 이탈리아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을 주도한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지도자로 불린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에선 멜로니를 최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멜로니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지지자라는 것과 별개로,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다른 두 축인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전진이탈리아(FI)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둘 다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분류된다.
뉴욕타임스는 “이탈리아는 멜로니가 이끄는 우파 연합을 선출했다”면서 “그동안 멜로니가 유럽연합, 금융인들, 이민자들을 비난한 만큼 서방 동맹들은 이탈리아의 신뢰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포퓰리즘으로 이어져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심각한 위기의 시기에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훨씬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더 많은 위기가 불가피하고, 이는 포퓰리스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위기가 지속된다면, 국민들의 우려를 이용하는 또 다른 극단적인 포퓰리즘의 부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데리코 핀첼스타인 미국 뉴스쿨 역사학과 교수는 “포퓰리즘의 역설은 실질적 문제를 찾아내면서 그것을 더 나쁜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라면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처럼 그들은 정부 운영에 전반적으로 서툴다”고 지적했다. 멜로니 역시 대중과 소통에 능하지만 국정 운영 등에 있어 경험 부족이 단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