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수원 인계동과 나혜석 거리 인근에는 늦은 밤에도 시민으로 북적였다. 자정이 다된 시간 맥줏집을 운영하는 조 모 씨(57)는 “오랜만에 새벽 영업 재개로 손님들이 반가워 최근 한 팀이 들어와도 새벽 4시40분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았다”며 “아직 예전만큼 매출이 정상화되지는 않았지만 점차 나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했다.
거리두기 전면해제로 지역 유통업계도 화색이 돌았다. 남정헌 이마트트레이더스 신동점 매니저는 “티카페(푸드코트)를 찾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지금은 야외활동이 활발한 봄·여름 시즌 때문에 매출의 급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점차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전국은 하루하루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5월 첫 주 징검다리 연휴에 실외 마스크도 사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지면서 5월의 봄과 달라진 사회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다만 펜데믹 이전 상권 회복과 일상회복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아직 달라진 사회분위기와 실제 일상회복 간에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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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부여시장 광장에서 개장한 ‘백마강 달밤야시장’에는 약 400여명의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몰리며 다시 열린 봄날의 야시장을 즐겼다. 백마강 달밤야시장은 2014년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전통시장 야시장 공모’에 선정돼 2016년부터 매년 5∼10월에 개최했으나 코로나 19로 존폐위기에 설만큼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서 왔다는 최 모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가족들과 부여·공주 여행을 왔는데 마침 야시장까지 열려 가족과 재밌게 즐기고 있다”며 “마치 태국 방콕의 야시장에 온 것 마냥 많은 인파에 놀랐다”고 말했다.
전국의 놀이공원도 마스크를 벗고 야외 나들이를 즐기는 가족들로 북적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정식 개장한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 역시 이른 아침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은 오전 한때 대기 줄이 1.5㎞ 이상으로 길어져 입장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했다. 개장 후 첫 어린이날을 맞은 기장군 오시리아관광단지 롯데월드부산에는 오전 일찍부터 입장객이 몰리면서 연결되는 도로에 긴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용인 에버랜드에서도 아이들이 카니발 광장에서 서커스 공연을 감상하고 다양한 어트랙션을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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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지구 음식점에도 자정을 넘기며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자주 띄었다. 회사원 김 모(33) 씨는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이 있어서 제대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었다”며 “내일 쉴 수 있어서 친구들과 밤새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인천 서구 청라동 청라스포츠센터 헬스장 운영을 총괄하는 장광진(37) 이사는 “4월부터 20~30대 젊은 층의 회원 가입이 늘었다”며 “정부가 방역지침을 완화해 헬스장 운영 제한이 줄었고 회원들도 편하게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역 인근 상가 음식점은 대부분 손님이 꽉 차있었다. 윤 모 씨는 “대다수 사람이 코로나 확진 이력이 있어 새로 감염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난 2년간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전국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음주를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김형균 경기북부경찰청 풍속수사팀장은 “체감하는 야간 112 신고가 1.5∼2배가량 늘었다. 식당과 주점 등 사람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며 “빠른 일상회복을 위해 민생치안 업무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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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해제됐지만 펜데믹 이전의 모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하태성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2지구상가번영회장은 “2년이 넘도록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생활패턴이 남아있다 보니 대부분 밤늦은 시간에 식당을 찾는 데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며 “의정부·양주·포천 등 주변에서 가장 큰 상업지역임에도 아직 24시간 영업을 재개하는 식당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의정부역 서부광장 주변의 핵심 상권인 의정부 신시가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장사를 한 해장국 식당 사장 60대 김 모씨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24시간 영업을 다시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자정 이후 매출은 절반도 채 안된다”고 했다.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 중인 임영철(47)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만 끝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며 “재료비 폭등에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 정말 가게를 운영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승관 박진환 정재훈 이종일 김아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