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내부통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철저한 사고수습을 촉구했다. 삼성증권의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과 현장검사도 실시한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9일 브리핑을 통해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가 전날 발표한 사과문에는 정작 중요한 경영진과 삼성증권 자체의 사과는 없어 이날 오전 구 대표를 면담하고 매우 유감을 표명했다”며 “이번 배당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철저한 사고수습을 촉구하는 한편, 투자자 피해 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또 삼성증권 자체적으로 피해신고 접수 및 처리를 담당하는 전담반을 구성·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삼성증권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한 사고가 발생했다. 배당을 받은 직원 중 16명이 501만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6일 장중 12%가량 급락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원 부원장은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으며 관리자의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삼성증권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실제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데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 및 매도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도덕적 해이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비과세 혜택 적용을 위해 일반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행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다만 주식배당의 경우 일반주주와 마찬가지로 예탁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발행사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사주에 대한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이뤄지고 있어 입력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재돼 있었다”며 “시스템 분리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또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수(8900만주)를 초과하는 28억주의 주식물량이 입고됐는데도 불구하고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주식거래 시스템 전반을 대상으로 원인규명과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우선 삼성증권의 매도주식 결제가 이뤄지는 오는 9~10일 삼성증권에 직원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진행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즉시 시정 조치할 계획이다. 또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삼성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선다. 이번 사고 수습과정 등 후속조치 적정성을 점검하며 전산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의 운영실태와 투자자 피해 보상대책 마련 실태도 살펴볼 예정이다. 검사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 및 삼성증권에 대해 법규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방침이다. 더불어 이달 배당을 예정하고 있는 4개 상장 증권사에 대해 배당처리시 내부통제를 철저하게 하는 등 사고예방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는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하는 중요한 사고라고 판단하고 시장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며 “일부 몇가지 문제를 지적하는게 아니라 이번 차제에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적으로 엄중한 점검과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거래 시스템 관련 금융위원회와 제도 개선 등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