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코스피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장중 30포인트 이상 빠지면서 1990선 아래까지 내려가는 등 잔뜩 움츠려든 모양새다.
1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오후 2시16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8%(33.98포인트) 하락한 1991.72를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이날 오후 낙폭을 키우며 장중 1988.54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이는 장중 기준 지난 10월6일 이후 최저치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 중이다. 기관은 현재 1765억원을 팔고 있다. 특히 투신(717억원)과 은행(379억원)에서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외국인 역시 702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기관은 5일 연속, 외국인은 4일 연속 매도 행진이다.
시가총액 20위까지의 종목 중 상승 중인 종목은 현대모비스(012330) 단 한 종목뿐이다. 그나마 유가증권 시장에서 대형주는 1.5% 하락 중이지만 중형주는 2.61%, 소형주는 2.38%로 낙폭이 더욱 크다.
특별한 악재가 돌출됐다기보다는 시장 전반에 깔려있던 미국 기준금리 연내 인상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는 잘 버텨내는 듯 보였지만, 간밤 미국 뉴욕증시가 하락하고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서 갈수록 힘을 받으며 뒤늦은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지난 밤에 미국 증시가 많이 빠지면서 미국 기준금리 연내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중국 수출 부진 등 매크로 모멘텀이 크지 않은 상황이 겹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 역시 “코스피가 어제 하루 잘 버티다가 무너졌다”며 “2050선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상황에서 기준금리 연내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니 국내에서도 위험 회피심리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국인 매도에 주목했다. 기관 매도는 연말을 앞두고 수익 확정 물량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단기적 매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달러 강세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12월까지 외국인은 한국시장에서 이탈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도 현재까지 7723계약을 순매도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가 부담스러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달러의 방향성”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는 당분간 2050선을 상단으로 하는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결론이 나오는 12월까지는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발작이 나타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12월 금리 인상이 공식화되기 전까지 신흥국에서는 9~10월동안 상승분에 대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