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가수나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거나 고객 감사 이벤트로 콘서트를 여는 데서 나아가 직접 콘텐츠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미디어 아웃사이더였던 기업이 미디어 자체, 콘텐츠 자체로 변신하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017670)(대표 장동현)은 가수 故 김광석이 남긴 미완성 유작을 국민들의 가사 공모 참여와 후배 뮤지션인 가수 성시경 씨, 정재일 씨(프로듀서), 심현보 씨(작사가), 박학기 씨(프로젝트 멘토)와의 협업으로 완성하는 ‘연결의 신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민들은 공모에 참여해 故 김광석의 미완성 곡에 노랫말을 더하고, 후배 뮤지션들이 곡을 완성해 김광석 씨가 세상에 내놓지 못한 신곡을 발표하는 컨셉이다.
9월 8일 정식 오픈 되는 ‘연결의 신곡발표’ 홈페이지(http://sktconnect.com)에서 가사 공모를 받은 뒤 곡을 완성해 10월 말 자회사 아이리버의 음악문화 공간 ‘스트라디움’에서 쇼케이스를 통해 발표한다.
SK텔레콤이 김 씨 유작을 택한 것은 사망한 지 1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자되고 삶의 위안과 공감을 주는 김광석 씨 음악이야 말로 ‘연결’이란 화두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허재영 SK텔레콤 팀장은 “통신사는 ‘연결’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서 “연결은 굉장히 막연하게 보일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면 따뜻하고 놀라운 변화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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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연결의 신곡’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가수 성시경씨는 “가이드 보컬로 참여했지만 편곡이나 악기 등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함께 만드는 곡이 ‘김광석 느낌이 안 날까’가 제일 걱정 되는데 김광석 선배께 받은 걸로 뭔가 새로운 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히트곡이 안 될 지는 모르나 굉장히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곡을 잘 불러낼 자신은 있다”고 말했다.
가사 멘토링을 맡은 심현보 씨(작사가)는 “김광석 님의 가사는 굉장히 깊이 있고, 시적이면서도 일상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면서 “투박한 말이라도 마음을 ‘쿵’하고 칠 수 있는 가사들을 많이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광석의 친구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멘토역할을 하는 박학기 씨는 “한번도 김광석을 본적 없는 후배 뮤지션들과 수 많은 평범한 대중들이 만드는 이번 작업은 굉장히 부담되고 기대된다”면서 “김광석을 신격화하면 안 되고 뭔가 엉뚱한 시도를 하고 싶어 했던 그의 의도대로 되길 바란다. 굉장히 셀레인다”고 말했다.
◇유족 동의, 가사 저작권은 작사자에…기업이 콘텐츠다
이 프로젝트는 故 김광석씨의 유족과 만나 성사됐다. SK텔레콤이 세대와 계급을 뛰어넘는 소통의 진정성을 고민하던 중 유족과 만났고, 미완성 곡이 3개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중 2곡의 악보를 받아 한 개를 연결의 신곡 소재로 삼게됐다. 네티즌 투표 등을 통해 최종 선정되면 작사가로 등단할 수 있다.
성시경 씨는 “진짜 선배님의 습작노트였다. 빨리 봤더니 꽉 차 있는 게 아니고 약간 취했을 때 쓰신 스케치도 있었다. 묘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심상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통의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면서 기업이 미디어 아웃사이더에서 미디어 자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SK가 ‘이상하자’라는 무비 형태의 하이브리드 광고를 한 것도 이 행사의 전초전이었다고 본다”면서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가사를 접수 받고 교감하는 모습의 진정성 속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의 성공여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故 김광석 씨의 유족과 캠페인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완성곡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 중 음원 유통수수료와 저작권료를 제외한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