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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토요타자동차는 아이치현 도요타시 본사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아키오 회장 등 이사 10명의 재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주총에 앞서 토요타자동차는 자동차 양산에 필요한 품질 인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각돼 코롤라 필더·악시오, 야리스 크로스 등 7개 차종에 대해 정부에서 출하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한 달여만인 지난 7월에는 토요타 7개 차종에서 품질 인증 부정행위가 추가로 발견되며 근본적 조직체제 개선 시정명령을 받는 등 기업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
주총에 앞서 미국 의결권 행사 자문업체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아키오 회장이 그룹의 위법 행위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권고 의견을 냈다. 미국 최대 연금 투자자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과 뉴욕주 공동퇴직연기금도 그의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최근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당시 아키오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 닛세이 자산운용은 도요타 회장을 포함한 10명의 이사진 전원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토요타 그룹의 인증 부정 논란이 “사회의 요구에 강하게 반하는 행동으로, 이번 스캔들은 대중의 신뢰를 해칠 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다른 대주주인 미쓰비시 UFJ 자산운용도 도요타 회장과 하야카와 시게루 부회장, 사토 코지 사장의 연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토요타자동차와 계열사 다이하츠 자동차 등 계열사의 품질 인증 부정 스캔들에 경영진의 책임이 있다며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총 개최 후 석 달여 만에 기관 투자자들의 의견이 뒤늦게 확인된 건 일본 금융투자업계 관행상 의결권 행사 기록을 공개하는 시기가 몇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요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기록 공개에 앞서 아키오 회장은 지난 7월 홈페이지 팟캐스트에서 “주주들의 지지가 계속 떨어지면 자신의 이사회 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사 홍보매체 토요타타임즈 인터뷰에서도 “토요타 역사상 이사회 멤버의 지지가 이렇게 낮아진 적은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토요타 경영진의 연임 안건은 올해 주총에선 무난하게 통과됐지만, 내년엔 주요 대주주들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창업주의 손자인 아키오 회장은 주주들의 지지도가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 내년 사내 이사직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는 2009년 6월 토요타가 미국에서 대량 리콜 사태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을 당시 사장에 취임, 구원투수로 등판하며 주주 지지율 90%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토요타 계열사인 다이하츠의 인증 부정을 계기로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85%까지 떨어진 뒤 지난 6월 주총에선 72%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의 지지도는 33.6%로 저조한 모습을 보여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마츠다 치에코 도쿄도립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영진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주주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내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이 과거에는 해외 투자자에 비해 관대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짚었다.
실제로 후쿠오쿠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토요타의 반복되는 스캔들로 인해 작년 주주총회에서는 아키오 회장을 지지했지만, 올해는 “사회이 끼친 영향이 심각하다”는 이유를 들어 연임 반대 의견으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대주주들이 지난 6월 주총에서 투표 이유를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이는 토요타 회장의 내년 연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국내 은행과 증권사는 도요타 주주의 거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마음이 바뀌면 그의 재선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