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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외교가와 국민의 인식 차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2015년 군함도(하시마 탄광)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당시에 표현했던 강제노역 조차도 빠진 후퇴한 협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이 마련했다는 6평 남짓의 전시관에서도 과거사를 반성하는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외교부는 이번 사도광산 등재를 놓고 치열하게 협상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일본측이 강제성이 드러나는 표현을 수용했고, 전시물을 운영하기로 한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픈 역사를 반영해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제회의 기록에 문서로 남기고 전시물의 설명으로 남긴 것”이라며 “‘자물쇠 효과(lock-in effect)’처럼 또 다른 결과물을 주머니에 챙긴 것”이라고 이번 협상에서 얻은 결과가 적지 않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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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철거 위기를 맞은 평화의소녀상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는 동안 일본은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을 초청해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이 직접 만났다. 독일주재 일본대사관이 베를린시의 설치문 자문위원들에게 호텔 식사를 대접했다는 말도 나온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수많은 말이 나왔다. 합의 과정에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던 탓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우리 외교는 여전히 국민보다 ‘원칙’을 앞세우는 모양새다. “외교는 국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는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취임 일성이었다. 지금 외교는 국민을 위하고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