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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중국 최대 자산관리회사이자 국유 기업인 화룽(華融)자산관리가 구조조정을 거쳐 상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30일 중국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화룽자산관리는 전날 2020년과 2021년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순손실은 1029억위안(약 18조5300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1억5830위안(약 1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화룽자산관리의 ‘최악의 실적’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이 회사는 당초 올해 3월 말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라이샤오민 전 회장의 부정부패 사건 등으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면서 5개월간 발표를 연기했다.
화룽자산관리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 라이 전 회장이 부패 스캔들에 휩싸이고, 중국 정부가 이 회사를 구조조정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위기설이 본격화됐다.
라이 전 회장 아래 화룽자산관리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본래의 업무에서 벗어나 해외 채권을 무리하게 발행해 증권 거래 및 비유동성 자산 등에 투자, 부실을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 전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뇌물 17억8800만위안(약 3000억원)을 받고, 일부일처제인 중국에서 금지하고 있는 중혼(重婚) 등을 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올해 초 처형됐다.
화룽자산관리가 3월 31일까지 2020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자 업계에서는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우려가 커졌다. 화룽이 채무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달러 채권으로 위기가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CBIRC·은보감회)는 지난 4월 별도의 성명서를 내고 “화룽자산관리의 영업 상황이 정상적이며 유동성도 풍부하다”고 밝히며 이를 일축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측 해명에도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실적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25일 화룽자산운용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낮췄다. 앞서 피치도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화룽자산관리가 부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화룽자산관리측은 올해 하반기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면서 조만간 비핵심 사업을 가진 자회사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공식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중신집단(CITIC) 그룹이 이끄는 국영 컨소시엄이 이 회사의 지분을 인수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화룽자산관리는 1999년 중국 정부가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설립한 기업으로,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의 부실 채권을 인수해 한 뒤 해외 은행 등에 매각하고 정리하는 ‘배드뱅크’ 역할을 했다. 중국 재정부가 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