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보상소비 바람에 호텔 '양극화'…고가상품·관광지만 '기지개'

함지현 기자I 2021.04.29 13:41:36

시그니엘·플라자 주말 예약 90%…고가 식음업장도 호조
제주도 5성급 호텔도 객실 80% 채워져…여름 만실 기대
호텔 표정은 여전히 ''울상''…외국인 없어 평일 ''한산''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코로나19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이 보상소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호텔 업종에 ‘양극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고가 서비스·관광지는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일반적인 객실이나 외국인 중심인 도심형 비즈니스호텔들은 여전히 상황이 어려운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소비가 풀리는 상황을 계기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 반등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서울신라호텔 비즈니스 디럭스(사진=호텔신라)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특급호텔이나 고가의 스위트 룸·식음업장 등을 중심으로 소비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먼저 서울에 위치한 특급호텔의 주말 투숙률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시그니엘 서울은 프라이빗 서비스 제공과 고급화 전략이 통하며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호캉스(호텔+바캉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4월 주말 투숙률은 90%를 넘나든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플라자 호텔은 고강도 방역을 하면서 전체 객실 중 50~60%만 운영하고 있는데, 오는 5월 주말 예약률은 운영하는 객실 중 90%를 넘어선다.

특히 과거 일반 객실 예약이 완료된 이후 선택을 받던 스위트 객실에 대한 예약이 먼저 이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가격대가 낮아진김에 이용해보려는 수요도 있지만, 좀 더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국내 관광지에 위치한 호텔들도 예약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5성급 A 호텔은 3~4월 주말 투숙률이 80% 이상에 육박했다.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으로 수요가 몰리는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역과 위생 관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최근의 숙박 경향에 따라 특급호텔 투숙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전체 예약률은 더욱 빠르게 상승해 실질적으로 만석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음업장의 호조도 눈길을 끈다.

플라자 호텔의 중식당 도원에서 운영하는 중식 오마카세 양장따츄의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 이상 상승했다. 1인당 28만원의 고가임에도 3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다른 호텔들에서도 개별 공간을 갖춘 식당부터 뷔페에 이르기까지 주말에는 만석을 채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호텔들의 표정이 밝지는 않다. 일부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업황 자체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평일 예약률은 30~40% 수준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더욱이 도심형 비즈니스호텔 등은 상황이 더욱 여의치 않다. 주요 고객이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자료에서 지난 2월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6만 558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4%나 감소한 수준이다. 당분간 이같은 수치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매출원 중 하나인 연회도 추가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꽉 차 있지만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원 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소 300명씩 오던 결혼식 손님을 100명 미만만 받으니 매출 역시 3분의 1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요 호텔들은 오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호텔은 어린이 또는 부모님을 위한 특전을 포함한 ‘패밀리 겟어웨이’ 패키지를, 플라자호텔은 객실에서 게임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조이플 패밀리데이’·효도 상품인 ‘로맨트 스파’ 패키지를 내놨다. 서울신라호텔은 온수풀에서 휴식할 수 있는 ‘’프리미엄 어번 아일랜드‘ 패키지를 운영한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대거 입국 등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코로나19로 이미 꺾여버린 성적을 회복하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호텔사업부 매출액은 4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나고 708억원의 적자를 냈다. 호텔신라의 호텔·레저사업도 57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이 안전한 휴식을 위해 호텔을 찾으면서 주말 투숙이 늘어나고,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돈을 쓰면서 고급 서비스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며 “단, 여전히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평일 객실이 채워지지 않고 있어 호텔업계가 살아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