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올해 IFA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잘라파고스(재팬+갈라파고스)’로 평가되던 일본 전자 업체의 부활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베를린 시티큐브에서 단독 전시를 연데 이어 벤더블(구부렸다 폈다할 수 있는) 초고화질(UHD) TV,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노트 엣지를 선보였고, LG전자(066570)는 원형 스마트워치 G워치R로 주목받았다. 전시장을 찾았전 전 세계 관람객들은 한국 기업들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했을 터다.
하지만 이상기류도 감지됐다. 국내 기업들이 거머줬던 ‘세계 최초·세계 최대’ 타이틀을 후발자인 중국업체들이 차지한 것이다. 중국의 TCL이 110인치 커브드 UHD TV를 선보이면서 세계 최대 타이틀을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커브드 UHD TV를 선보인 지 불과 7개월여만이다.
기술의 정석도 국내 기업의 차지는 아니었다. 소니는 눈에 띄는 화제작은 없었지만, 기본에 충실한 화질과 음향을 강조한 커브드 TV를 선보여 ‘소니의 부활’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밀레와 지멘스도 유럽의 자존심답게 기본에 충실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등 기업인 것은 분명했지만 패스트 팔로워들의 추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전 삼성전자가 첫 선을 보이며 세상을 놀라게했던 웨어러블 기기도, TV의 화면은 평면이라는 편견을 깨고 등장했던 커브드 TV도 이제는 대다수 기업들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제품이 됐다.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잠시만 방심해도 언제든 선두 자리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과거 1980~1990년대 전자왕국으로 불리던 일본 기업들은 기술에 대한 자기 확신에 빠진 나머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경기 침체와 성장정체로 인해 변곡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정체로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사업의 실기(失期)로 고전하던 끝에 G3를 출시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의 ‘잘라파고스’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기본에 충실한 정공법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