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7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6명의 금통위원들이 금리 인하에 찬성했다. 이전 금통위 회의때만 해도 기준금리를 내릴 의지는 없었던 금통위원들이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며 돌아선 것이다.
반대는 임승태 금통위원 혼자였다. 금통위에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에서 한은의 경기 판단이 악화되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전격 인하한 7월 금통위 회의 때 임승태 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있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번지면서 국내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월 통화정책 방향 결정을 위한 정례회의에 정상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 셈이다.
일부 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미국과 중국 같은 주요국가의 성장세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 경제도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저조한 모습을 보여, 회복세가 애초 예상보다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다른 위원도 “과도한 불안 심리 탓에 국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을 줄이고,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금융시장에서 정상적인 자금흐름을 유도할 필요성이 크다”며 기준금리 조정을 주장했다.
다른 위원은 “소비자물가나 근원인플레이션은 안정되는 모습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향후 통화정책은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에 유의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도록 경제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최근 국내의 경기 부진과 국내총생산(GDP) 갭이나 물가갭의 마이너스 전환, 테일러 룰 등에 의한 정책금리 경로 변화 등을 추적해보면 현재 기준금리가 이제 더 이상 완화적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임승태 한은 금통위원은 “다음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니, 충분한 정책대응을 할 수 있도록, 금리정책의 여력을 비축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며 “최근 성장 속도가 더뎌진 것은 총액한도대출제도를 고치는 것을 포함해 신용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금리를 내린 뒤 소비자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유동성 확대 등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통위원이 악화하는 국내 경제상황을 금리 인하 결정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면서 당분간 국내외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7월 금통위 의사록은 그동안 한은과 금통위원들이 우리 경제는 지나치게 낙관했다는 것을 시인한 반성문”이라며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금리인하 여지는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올해 최소 두 차례 50bp(1bp=0.01%포인트)이상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