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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트럼프 재임 시절 미·중 관계가 혼란을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2020년 트럼프가 퇴임하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례적으로 “잘 가라 도널드 트럼프”라고 트윗을 날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현재로선 전·현직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중 누가 승리를 거머쥘지 알 수 없지만, 당시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트럼프의 대중 정책을 경험했던 중국은 바이든보다 트럼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차기 외교부장으로 거론되는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올해 초 미국 싱크탱크와 비공개회의에서 “트럼프 치하에서 우리는 나쁜 경험을 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가져올 피해가 잠재적 이익보다 클 것이라고 중국 측은 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템슨센터의 윈쑨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미·중 관계의 긍정적인 측면은 한계에 도달하겠지만, 부정적인 측면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측근이 누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트럼프 재집권 때 입각 가능성이 큰 대중국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USTR) 대표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외교, 무역, 투자, 첨단 기술 등과 관련된 정부 부처에 트럼프 선거 캠프의 대중 정책과 주요 인사들에 정통한 관료를 발탁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WSJ은 전했다.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재임 시절 ‘무역전쟁’을 벌이며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밀어붙였던 그는 ‘트럼프 2기’에선 6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까지 더해 압박책을 펼칠 수 있다는 게 중국 내부의 시각이다.
아울러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신뢰’를 줬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견을 보일 것이란 걱정도 적지 않다.
이밖에 트럼프 재선 시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브로맨스’에 차질이 생길 걸 중국이 우려한다고 WSJ은 짚었다. 푸틴 대통령과 ‘나름의’ 친분을 가진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이러한 브로맨스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냉전 때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소련에 맞서기 위해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던 것처럼,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중국 견제를 위해 러시아를 카드로 활용하는 이른바 ‘역(逆) 닉슨’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