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신에쓰화학이 반도체 소재공장을 군마현 이세사키시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8일 보도했다. 830억엔(약 7400억원)을 투자해 15만㎡ 부지에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포토레지스트(감광재) 등 생산시설을 짓는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에서 쓰이는 핵심 소재다. 신에쓰화학이 일본 국내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건 1970년 이바라키현 가시마시에 염화비닐공장을 지은 후 56년 만이다.
최근 반도체 관련 설비 투자 확대를 결정한 일본 소부장 기업은 신에쓰화학만이 아니다. 미쓰이화학도 50억~90억엔(약 440억~800억원)을 투자해 펠리클을 생산하는 야마구치현 공장을 2025~2026년까지 증설·고도화할 계획이다. 펠리클은 노광 공정에서 포토마스크(반도체 회로 패턴을 그린 유리 기판)을 보호하는 부품이다. 첨단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 활용할 정도로 강도와 투과율을 갖춘 팰리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니혼산소홀딩스는 반도체 핵심 원료인 네온을 2026년까지 국산화할 계획이고, 다이닛폰인쇄(DNP)는 2027년 사이타마현에서 첨단 반도체용 포토마스크 생산을 시작한다. 생산·연구거점을 해외에만 짓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투자를 늘리는 건 일본에서 반도체 산업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TSMC는 지난 2월 준공한 구마모토 제1공장에 이어 올해 구마모토 제2공장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와 도요타자동차·NTT 등 8개 대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라피더스도 2020년대 후반 홋카이도에서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반도체 부흥을 뒷받침할 인프라로 소부장을 주목하고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 생산시설이 있으면 소부장 기업은 꾸준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고, 반도체 기업은 공급망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익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일본 소부장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닛케이는 올해 일본의 반도체 장비 시장은 전년 대비 58%, 소재 시장은 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