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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기업 44% “내년 AI 때문에 고용 줄인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는 이달 초 1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올해만 세 번째 감원으로 1년 만에 회사 직원의 20%가 줄었다. CNN 등 외신은 스포티파이가 AI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려 인력을 줄인 것으로 해석했다. IBM도 인사 등 지원 기능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7800명에 달하는 신규 채용을 중단·보류하고 관련 업무를 AI로 대체하겠다고 지난 5월 밝혔다.
‘AI의 역습’은 일부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구인플랫폼 레주메빌더가 지난달 실시한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가운데 37%는 올해 AI가 직원을 대체하면서 감원을 단행했다고 답했다. AI를 사용 중이거나 사용 예정인 기업 중 44%는 AI로 인해 내년 고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용정보회사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 조사에서도 미국 기업들은 AI 도입을 이유로 지난 1~8월에만 4000개 가까운 직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로 인한 경영난 증가와 AI의 급속한 고도화가 겹치면서 AI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채용을 대거 늘렸다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기술기업 사이에선 이런 움직임이 더욱 뚜렷하다. 레주메빌더 조사에선 고객 지원과 연구, 문서 요약·작성 등에 AI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엔 생성형 AI가 고도화하면서 제품 디자인과 신약 설계 등 창의성·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까지 AI가 투입되고 있다.
애나 태비스 뉴욕대 교수는 “AI를 도입해 인건비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AI 발전을 고려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킨지 산하 AI 연구조직인 퀀텀블랙의 알렉산드르 수카레브스키는 지난달 포춘글로벌포럼에서 “생성형 AI로 인해 영화 한 편, 슬라이드 한 장, 법률 조언을 만드는 데 드는 한계 비용이 빠른 속도로 0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현재 노동자 업무의 70%가 자동화될 수 있다. 20년 안에 그 중 절반이 (AI로)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 등 AI 전문가엔 오히려 기회될 수도
전문가들은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 현상이 차등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로미그룹의 닉 고슬링 전무는 “회사의 핵심 제품을 구축하는 데 직접 기여하는 직원은 내년 해고될 가능성이 가장 작겠지만 중간 관리·지원 역할을 맡은 직원은 (감원에서) 가장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AI 관련 전문성을 갖춘다면 AI 바람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에서 AI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AI를 학습·고도화시키고 이를 유지·관리할 전문가가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인사 컨설팅 회사인 벨로서티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 전문가 채용 규모는 2018년보다 6배 늘었다. 리주메빌더 설문조사에서도 내년 업무에 AI를 도입하겠다고 답한 기업 중 83%가 AI 기술을 갖춘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높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했다. 클라우드 기업 드롭박스의 경우 지난 4월 전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500명을 내보냈는데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AI 관련 인력은 기존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리주메빌더의 줄리아 투타크레는 “당신 일에서 AI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무엇인지, 인간이 AI 영역에 개입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자기 일자리를 AI에게 뺏기는 걸 원치 않는다면 자기 역량을 키우고 AI와 연관성을 유지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취업 컨설팅 회사 리트리주메의 창업자 마크 세네델라도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게 업무의 일부분이 됐다”며 “5년 전 소프트웨어를 배운 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오늘도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한다”고 CNBC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