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원픽 '뱅앤올룹슨', 첫 외부 디자이너 "새 기술 통합한 경험 제공"

최영지 기자I 2022.07.13 14:10:23

미클루 실반토 디자인 총괄 책임 인터뷰
애플 8년간 근무 경험.."아이팟, 뱅앤올룹슨서 영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시간과 유행 초월"
발렌시아가와 가방 스피커 개발..삼성·LG와도 협업

우리나라에 뱅앤올룹슨이라는 회사를 널리 알린 건 ‘거실 스피커’, ‘카페 스피커’로 유명세를 탄 뱅앤올룹슨의 무선 스피커 ‘베오플레이 A9’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외형임에도 어떤 실내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뱅앤올룹슨에 흠뻑 빠졌던 일화도 유명하다. 미클루 실반토 뱅앤올룹슨 디자인 총괄 책임(부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의 독창성은 살리되 업그레이드된 음향기술까지 담겠다는 뱅앤올룹슨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미클루 실반토 뱅앤올룹슨 디자인 총괄 책임. (사진=뱅앤올룹슨)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아이팟이 뱅앤올룹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고 세상에 나왔던 것처럼 저도 애플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뱅앤올룹슨만의 디자인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생각입니다.”

덴마크 홈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뱅앤올룹슨에서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는 미클루 실반토 디자인 총괄 책임(부사장)은 12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3월 애플에서 뱅앤올룹슨으로 이직한 디자이너로, 소프트웨어에서부터 패키지까지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할 뿐 아니라 오디오 탑재 관련해선 기술팀과의 의사소통도 도맡고 있다. 뱅앤올룹슨은 그간 제품 디자인은 외부 디자이너에 주로 맡기고 내부 음향기술을 제공하는 식으로 제품을 내놓았다면 이제는 내부에 디자인팀을 꾸림으로써 뱅앤올룹슨만의 디자인에 더욱 집중해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취지다.

▲뱅앤올룹슨의 무선스피커 ‘베오플레이 A9’(위)과 무선이어폰 ‘베오플레이 EX’. (사진=뱅앤올룹슨)
◇“가전을 가구처럼 디자인..아이팟도 뱅앤올룹슨에서 영감 얻어”

뱅앤올룹슨은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음향기기 판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풍부한 음역대와 모던한 디자인으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95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가전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뱅앤올룹슨 제품으로 프리미엄 무선스피커인 ‘베오플레이 A9’과 무선이어폰 ‘베오플레이 EX’ 등이 있지만 이는 모두 외부 디자이너 작품이다.

그는 “뱅앤올룹슨 제품의 디자인은 그간 다른 회사들도 그랬듯 외부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주로 맡았다”면서도 “지금은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며 회사 입장에서는 디자인도 기술 변화에 발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회사에 소속된 디자인 전문가를 두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들에 단순히 제품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아름다운 디자인과 새로운 기술을 통합한 제품 경험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실반토 부사장은 지난 8년간 애플 산업 디자인팀에서 당시 애플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와 함께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애플은 컴퓨터 회사로 시작했을 때였지만 애플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멋스러운 디자인으로 아이폰과 아이맥, 아이팟 등을 탄생시킴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크고 수익성 높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애플도 아이팟을 디자인할 때 뱅앤올룹슨 제품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안다”며 “애플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뱅앤올룹슨과 발렌시아가가 협업해 개발한 가방 스피커. (사진=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와 가방 스피커 개발..우리나라서 삼성·LG와도 협업

그는 현재 30명의 팀원들과 함께 뱅앤올룹슨만의 디자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에서부터 하드웨어, 인터랙션, 패키지까지 모든 범위를 직접 디자인하며, 큰 아이디어는 물론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도 신경쓰고 있다”며 “외부의 디자이너들과 계속 함께 일하긴 하겠지만, 일의 방향성과 가장 큰 부분들은 소속 디자인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뱅앤올룹슨 디자인의 기반은 기존 제품에서도 볼 수 있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두고 있다. 미니멀한 디자인은 어떤 인테리어와 조화롭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특색이 없다는 지적도 받는다. 이에 대해 “최고의 디자인은 시간과 유행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답이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정신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실반토 팀이 내놓은 디자인으로는 발렌시아가와 협업한 가방 스피커가 있다. 이 스피커 백은 핸드백의 역할을 하면서도 휴대 가능한 최첨단 사운드 시스템으로 펄 블라스팅, 양극산화처리, 그리고 단단한 알루미늄 블록으로 가공됐다.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탑재한 바디프렌드 ‘퀀텀’. (사진=바디프렌드)
뱅앤올룹슨은 우리나라 기업과도 디자인·음향기술 개발 등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005930) 프리미엄 뮤직폰을 함께 디자인했고 LG전자(066570)와는 이어폰과 헤드폰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바디프렌드와 협업해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탑재한 안마의자 ‘퀀텀’을 선보였다.

한국에서 뱅앤올룹슨이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브랜드라는 인식에 대해선 “앞으로 자체 디자인한 제품과 콜레보레이션 제품 등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놀라울 정도로 한국 시장과 문화에 흥미를 갖고 있으며 훌륭한 디자인과 디테일이 한국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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