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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 대선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침해되는 다수 차별사례가 발생했다”며 “인권위의 시정권고 조치에도 여전히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집단진정으로 더욱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참정권이 있다는 건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투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요구하다가 투표소에서 쫓겨나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투표 과정에서 서명이 어려운 장애인은 활동지원사 등 타인을 지목해 대신 서명하는 등 투표보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관련 대상에서 발달장애인을 제외했다. 지난 2월 법원이 강제조정하면서 선관위는 지난 대선부터 모든 장애유형에 투표보조를 허용키로 지침을 바꿨다. 하지만, 대선 투표 현장에선 선거 관계자의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과 투표 안내 숙지 부족으로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지원 거부가 잇따랐다.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집계해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사례는 63건에 달한다.
투표보조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미흡한 정보제공, 투표보조용구 등 정당한 편의 미제공, 안내 부족 등 여러 불편을 겪었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에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에 더해 알기 쉬운 선거공보물, 그림투표용지, 모의투표 등을 요구했다.
투표소에서는 누구나 차별 없이 참정권을 누려야 하지만, 장애인들은 투표소의 물리적 구조 탓에 접근 제한 등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한 벽이 여전히 높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한 장애인은 “투표소 입구에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턱에 걸려 혼자 힘으로 투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다”며 “승강기가 없는 2층에 투표소가 마련되면 휠체어 장애인들의 표는 사표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사로, 승강기,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 문제와 동등하지 하지 못한 선거정보제공 등 많은 부분에서 차별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이 바라는 건 공직선거법 개정이다. 선거공보물을 전자문서로 제공하고, 투표안내문을 지적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 등을 사용해 설명하고, 선거방송 시에는 수화·자막방송을 사용하는 등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만 11건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체들은 “정당들이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장과 정당 원내대표들이 장애인 참정권이 보장되도록 공직선거법 개정을 논의하게끔 인권위가 강력하게 권고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