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주요 카드사 모집인들이 길거리 모집과 과도한 경품제공 등 불법 고객모집으로 금융당국에 무더기로 적발, 제제를 받게 됐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삼성·KB·하나·롯데·우리 등 전업계 6개 카드사와 기업·전북은행 등 은행계 2개 카드사 등 모두 8개사의 카드 모집인 200여명에 대해 인당 최소 30만원에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확정됐다.
삼성·신한·KB카드 소속 모집인이 각 40여명 안팎, 나머지 전업계 카드사들도 각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적발된 은행계 카드사 모집인은 1~2명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카드를 모집할 때 연회비의 10%를 넘는 경제적 이익(경품 등)을 제공할 수 없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전법상 금지된 길거리 모집을 하거나 전속주의에 따라 소속된 카드사 카드만 모집해야 하는데 다른 카드사 카드까지 모집하는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카드 모집이 기승을 부린 것은 2014년 초 카드3사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건 이후 회원 이탈에 따른 회원수 회복을 위해 2014년과 2015년 카드사들의 고객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3년에 3만5000명, 2014년 3만4000명 수준이던 카드모집인은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모집에 나서는 ‘제휴모집인’의 확대 등에 힘입어 2015년 7만3000명, 2016년 7만4000명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이미 카드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모집인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경쟁이 격해지면서 앞으로도 불법 모집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말 현재 신용카드수는 9404만장, 체크카드수는 1억781만장으로 같은기간 경제활동인구 1명이 3.4장씩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 개인이 이미 쓸 만한 카드를 갖고 있어 다른 카드사 고객을 빼와야 하는 만큼 카드사간 무리한 경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카드모집인의 모집 수당 자체가 불법 카드 모집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모집인은 카드 모집 1장당 평균 10~2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데 5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해서라도 카드 모집을 하면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카드 불법모집이 증가하면 결국 비용은 소비자가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 모집인의 비용은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이나 수수료 원가 등으로 잡혀 부가 서비스 축소나 수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단은 카드사 모집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며 “모집인 자체가 많은 데다 생계형 모집인도 많아 단속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