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16일 국회 3자 회담이 합의문 도출 없이 끝났다. 이번 회담은 정국 정상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하면서 정국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께 두 대표와 나란히 사랑재를 나섰다. 박 대통령의 표정에서는 특별한 기색을 볼 수 없었지만,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썩 밝지 않은 표정이었다. 회담 내용에 대한 김 대표의 불만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회담 종료 후 민주당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서도 이러한 관측은 확인됐다. 김 대표는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세월이 하수상해서 대통령 회담에서 할 말 다했다. 많은 얘기 오갔지만 정답 하나도 없었다”며 “대통령 담판 통해서 이땅 민주주의 회복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는 것이 결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브리핑 말미에 “민주주의를 위한 밤이 더 길어질 것 같다”며 “천막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해 노숙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1시간 30분 동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표명 논란, 민생 국회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 대표가 천막으로 복귀함에 따라 ‘개점휴업’ 상태인 정기국회 정상화도 추석 이후를 기약하게 됐다.
이로써 여야 모두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126개 중점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야당의 도움이 없이는 법안들을 처리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지속할 경우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입장이 난처하기는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통해 정국 정성화를 이루고 추석 이후 민생에 주력한다는 구상이었으나 정쟁에 다시 발목을 잡히게 됐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하반기 다자외교와 양자외교 일정이 빠듯하게 잡혀있다는 점에서 정국 경색을 풀 수 있는 제2차 3자 회담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민주당에 ‘세일즈 외교’를 위한 외교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 “강도높은 개혁안”을 언급한 만큼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성사시킨 만큼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에 집중하며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17일로 장외투쟁 48일째를 맞는다. 따라서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추석 연휴 기간에 당의 진로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국회 지도자들과 대화를 갖기 위해 국회를 찾은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일이며 국회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