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절반 이상이 "트럼프 집권하면 인플레 더 악화"

방성훈 기자I 2024.07.12 16:08:01

WSJ 전문가 조사…56%가 "트럼프 집권시 더 나빠져"
보편 관세로 수입물가 상승…"물가 1~2%p 높아질 것"
反이민정책도 노동자 공급↓…임금인상發 인플레 유발
"감세도 재정적자 확대…인플레·금리에 상방압력 작용"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경제 전문가 절반 이상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인플레이션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달러 제너럴 매장에서 고객이 쇼핑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9일 기업, 월가, 학계 경제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관련 질문에 답한 50명 중 56%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6%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 및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60% 이상 관세를 공약했는데, 현실화하면 수입물가가 상승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민자 추방 공약도 일부 산업에서 노동 공급을 줄여 임금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1~2%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최근 몇 년 간의 이민정책이 노동력 부족을 완화해 인플레이션을 최대 0.5%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반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응답자 중 51%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집권했던 2017년 시행한 법인세 및 소득세 감면을 영구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반대 의견은 절반 미만인 22%였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큰 적자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누가 더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인지는 무역이나 이민 정책 차이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정적자가 확대하면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응답자 중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하에서 기준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을 때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6%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 정권 하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연속성이 보장돼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더 긍정적일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대다수 전문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과거에도 제롬 파월 의장을 해고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이외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1%에서 크게 후퇴한 수치다. 실업률은 2026년까지 4%를 소폭 상회하고, 내년 일자리는 월평균 13만 1000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1년 내 경기침체가 도래할 확률은 28%로 집계됐다.

한편 미국의 소비자 가격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 이후 19%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한 4년 동안 7.8%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TV 대선 토론에서 40년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그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하지만 WSJ은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트럼프 전 정권 때부터 정부 지출이 급증한 데다, 상품 및 노동력 부족, 공급망 악화 등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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