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단독]`K-테이저건` 8년째 공수표…잇단 흉악범죄에도 '제자리걸음'

손의연 기자I 2023.09.14 15:13:19

8년간 K-전자충격기 현장 도입 얘기만
불량률 0% 검사에도 도입 지연…올해 도입도 미지수
"늑장 지원 탓에 치안 공백" 비판도

[이데일리 손의연 박기주 기자] 경찰이 현장 경찰관의 치안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한 ‘한국형 전자충격기(테이저건)’ 개발 사업이 8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불량률 0%’가 확인된 사전검사가 2년이 지난 상황이지만 구체적 도입 시기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 잇따른 흉기 난동 사건으로 현장 경찰관의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늑장 지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019년 10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 치안 산업박람회’에서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6년 개발 착수→2021년 불량 ‘0’→?

13일 경찰청이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한국형 전자충격기의 성능검사를 위한 100정을 시범운영하면서 총 7차례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2021년 7월에 실시한 6차 검사에서 불합격 수량이 88정 나왔으나, 넉 달 후인 2021년 11월 7차 검사에선 불합격 수량이 ‘0정’으로 확인됐고, 성능검사는 마무리됐다.

6차 검사까진 발사가 되지 않는 발사불량, 빛이 번지는 레이저 불량, 전원이 꺼져 전기 충격이 작동하지 않은 전원불량 등 문제가 상당수 발생했지만 7차 검사 전 문제점을 보완해 마지막 검사에선 합격점을 받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문제는 불량을 위한 검사를 모두 마친 뒤 약 2년이 지났는데도 현장 도입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당초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지난해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성능검사를 마친 직후인 2021년 말 경찰청에선 “현장에서도 사용할 수준이 됐다”고 자평했고, 역대 경찰청장 모두 빠른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지껏 도입이 미뤄지면서 ‘공수표’를 날린 셈이 됐다.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 지역경찰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범운영에서도 실제 사격이 이뤄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이 장비는 다시 창고에 들어갔다.

한국형 전자충격기 (사진=인포스테크놀러지)
“실제 불량률 0%라면 현장 투입 이룰 이유 없어”

한국형 테이저건은 구매를 제외한 개발 과정에만 13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한 경찰의 중점 사업 중 하나다. 경찰이 피의자에게 쏜 테이저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의자가 도망가는 등 현행 장비의 ‘단발 사격’이 문제가 되자 ‘3연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무게를 낮추는 등 편의성을 개선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 실탄을 제외하면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원거리 진압 장비기 때문에 새로운 테이저건 도입에 대한 현장 경찰들의 관심도 높았다. 최근 신림역 살인사건을 비롯한 흉악 범죄에 대응할 때도 가장 유용하게 사용된 장비 중 하나다. ‘한국형 테이저건이 더 빨리 도입됐다면’이라고 하는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찰청 차장을 지낸 바 있는 임호선 의원은 이에 대해 “한국형 테이저건에 도입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국회 지적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불량률이 0%가 되었다는 점과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제 불량률이 0%라면 현장 투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한국형 테이저건을 신속히 투입해 현장 경찰의 치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최대한 빨리 도입에 속도를 낸다면 올해 말까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포화약협회 등 공인인증기관이 실시하는 납품검사에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체 검사보다 항목이 많고 기준이 까다로운 납품검사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납품 검사는 10월까지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확언할 수는 없다”며 “안전성과 성능 충족을 철저히 검증한 후 납품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