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넷플 접속 폭주 '더 글로리'…망 사용료는 소비자가?

함정선 기자I 2023.03.13 15:50:09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 공개 후 접속 오류 등
망에 부담 지우지만 넷플과 구글만 국내서 망비용 회피
더 글로리 보기 위해 소비자 더 높은 요금제 사용 논리
소비자, 정액 이용료에 망 고도화 비용까지 부담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브라보! 멋지다, 연진아. 세계 2위래.’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파트2 공개 후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부문 2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적 뒤에는 잡음도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파트2 공개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더 글로리를 보기 위해 몰리면서 ‘버퍼링 현상’이 나타나거나 일시적인 오류 등이 발생해서다. 폭증한 시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영광스러운’ 오류인 셈이다.

헌데, 더 글로리의 이 같은 성공이 넷플릭스에 영광이기만 할까. 더 글로리와 같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가 나올 때마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를 증명하는 셈이니 말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통신사업자들과 ‘망 이용대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 등에서는 넷플릭스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가 네트워크 트래픽에 부담을 주고 있으니 세금이나 기금, 요금 등 어떤 형태로든 망 고도화에 기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물론 넷플릭스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이에 반발하는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콘텐츠의 성공이 곧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와 같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니 사용자가 이 콘텐츠를 보기 위해 더 높은 요금제를 쓰게 되고, 결국 네트워크 사업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정작 소비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 소비자는 넷플릭스에 이미 정액제 요금을 내면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끊김 없이 보고자 더 높은 통신요금을 내야 하니 말이다.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 논의는 제자리 상태에 머물러 있다. 구글 등 빅테크들이 유튜버 등을 내세워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비판하며 여론이 빅테크 쪽으로 돌아선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론은 언제든 다시 돌아설 수 있다. 안 그래도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제한하려는 계획을 발표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중이다. 더 많은 콘텐츠 비용을 제공했는데 더 글로리와 같은 작품을 보기 위해 접속했다가 오류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넷플릭스의 논리대로 ‘내가 더 높은 요금제를 써서 제3자인 통신사가 투자하도록 만들자’라는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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