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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 어디갔나…고물가에 연평균 실질임금 결국 ‘뒷걸음질’

최정훈 기자I 2023.02.28 14:23:46

고용부, 2023년 1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발표
명세서 월급 18만원 올랐는데…물가 반영하니 오히려 줄어
올해 임금교섭 격화 전망…한국노총 “올해 9.1% 인상 요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지난해 직장인의 월급이 명세서로는 평균 18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치솟은 물가를 반영하니 월급이 오히려 7000원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실질임금이 뒷걸음질치면서 올해 노사 임금교섭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로 아침 기온이 낮아진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월급 18만원 올랐는데…물가 반영하니 줄었다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12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443만4000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3.0%(12만9000원) 올랐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405만7000원에 그쳐 전년동월 대비 1.9%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연간 누계 명목임금은 근로자 1인당 월평균 386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4.9%(18만1000원) 올랐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359만2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0.2%(7000원) 감소했다. 명세서상 임금은 월평균 18만1000원 늘었지만, 물가를 반영하니 2021년에 비해 7000원이 줄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전년 대비 5.1%가 올랐지만, 임금상승률이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다.

연간 실질임금이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실질임금은 지난해 4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2월까지 9개월 연속 줄었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연평균 실질임금 감소는 지난해 높은 물가상승률의 영향”이라며 “물가상승률은 국제에너지 가격의 상승, 원자재 가격 그리고 전쟁과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이 영향을 끼쳐 연간 5.1%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이어 “올해 1월 물가상승률이 현재 5.2%로 나타났고, 공공요금 인상이 가시화된다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행 등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3.5%~3.9%까지 전망하고 있어, 명목임금 상승률이 4%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실질임금은 감소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실질임금 감소는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더 큰 충격을 줬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지난해 연간 월평균 명목임금은 592만2000원이고, 실질임금은 549만8000원이었다. 반면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의 명목임금은 346만2000원이었지만, 실질임금은 321만4000원에 그쳐 체감 하락폭이 더 컸다.

실질임금 감소는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인 중이라 채용만 되면 한 달 내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도 17만9000개(1월 기준)에 달했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이중 17만1000개를 차지했고,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만 10개에 달한다.

다만 정 과장은 “실질임금 감소가 빈 일자리 축소에 영향을 주는지는 단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300인 미만 사업체인 숙박 및 음식점업 등에서 빈 일자리가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임금교섭 격화 전망…한국노총 “올해 9.1% 인상 요구”

한편 지난해 실질임금이 뒷걸음질 치면서 올해 노사 간 임금 교섭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올해 사업장별 노사 임금교섭에서 9.1% 임금인상을 요구하기로 했다. 9.1%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6%)와 소비자물가 상승률(3.5%), 물가 폭등에 따른 실질임금 보전분(4.0%)을 합한 수치다. 9%대 인상률을 요구한 것은 2018년(9.2%) 이후 5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물가폭등과 내수침체,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자 임금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52개 품목으로 구성한 실생활 필수물가는 8.1% 증가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공요금 대폭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년 동안 물가인상으로 실질임금이 저하된 만큼, 올해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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