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탐사 취재진 5명은 지난 27일 한 장관 가족이 거주하는 서울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찾아가 자택 현관문 앞에서 여러 차례 “한 장관님 계시냐”, “더탐사에서 취재하러 나왔다”고 소리쳤다. 집 앞에 놓인 택배물을 살펴보거나 현관 도어록을 열려는 시도까지 했다. 이들은 약 1분30초간 한 장관 집 앞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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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취재진 5명은 공동현관을 이용해 건물 내부로 들어와 한 장관 집 문 앞에 다다른 후 소리를 치거나 도어록 잠금해제 시도까지 했다. 이들이 집 앞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할 당시 집안에는 한 장관의 아내와 자녀가 있었던 만큼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신천희 이만희 별장 무단침입한 서울의소리 ‘벌금형’
더탐사 취재진은 “정상적 취재 목적이므로 처벌 할 수 없다”거나 “사전에 예고하고 방문하는 것이라 스토킹이나 다른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취재 목적’은 주거침입 범행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유석철)는 지난 6월 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의 경기도 가평 별장을 무단침입한 혐의(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백 대표는 2020년 2월 다른 직원 3명과 함께 ‘코로나19 위기에 빠뜨린 후 숨어 있는 이만희를 만나 응징하겠다’며 이씨의 가평 별장에 무단침입해 1시간 넘게 머무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 대표 등은 법원에서 “이씨 별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것은 인정하지만 취재라는 정당한 목적이 있었던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백 대표 등이 법적인 근거도 없이 타인 의사에 반해 건조물에 침입해 수단이나 방법의 정당성을 갖추지 않았다”며 “직접 들어가지 않더라도 대기하며 취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할 수 있었으므로 보충성도 갖추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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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탐사 취재진의 경우도 주거침입죄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문 앞 체류시간이 길지 않고 깨진 주거 평온의 정도를 고려하면 양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범죄 피해자 면담강요 최대 징역 3년형
변수는 한 장관이 주거침입과 함께 고소장에 적시한 보복범죄 혐의다. 더탐사 취재진은 한 장관 자택에 가기 전 “경찰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고 한 장관 집 방문 목적을 설명한 바 있다. 27일 오전 경찰이 한 장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된 더탐사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설명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보복범죄 조항에서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엔 징역 3년 이하나 벌금 3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원지법은 2020년 3월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던 A씨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취하해주지 않으면 당신도 구속된다. 토요일 접견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혐의에 대해 보복성 면담강요가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2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보복범죄 관련 면담금지 조항은 범죄 피해자나 당사자들에 대한 접근금지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한 장관이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인 상황에서 더탐사 관계자들이 실제 기소될 경우 징역형 선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