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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곳곳 요양원에서는 웃음과 한숨 소리가 섞여 들렸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요양원에는 오전부터 부모와 비접촉 면회를 하기 위해 시설을 찾은 가족들이 눈에 띄었다. 요양원 출입구 유리벽을 두고 안쪽에는 환자가 있고, 바깥쪽에 환자를 보러 온 가족들이 앉아 휴대전화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니를 보기 위해 울산에서 오전 5시부터 운전해 왔다는 이종인(56)씨는 어머니에게 “식사를 잘하고 계시냐”, “음식을 싸왔으니 친구들과 나눠 드시라”며 10여분 간의 짧은 면회를 마쳤다. 이씨 부부는 면회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요양원 입구를 서성였다.
이씨가 어머니의 모습을 본 건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 이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께 아들이 바로 옆에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고 왔다”며 “자식들 얼굴도 못 보면 외로우실 거 같아 얼굴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남구 한 요양원에서도 가족 간 정겨운 대화 소리가 유리창 너머로 오갔다. 이날 요양원을 찾은 송은희(60)씨는 어머니 정명희(87)씨에게 안부를 묻고, 자신이 가져온 그림을 보여드렸다.
송씨는 “그림을 보여드리면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신다”며 “그래도 가운데 벽이 있어 너무 아쉽다. 벽이 없다면 머리도 만져드리고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요양병원·시설에 부모님을 둔 이들은 비접촉 면회가 소중하다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주말 용인 한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다녀 왔다는 60대 차모씨는 “서로 곁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 좋을텐데, 비대면으로 안부만 묻게 되니 너무 아쉽다”며 “스킨십도 하지 못하니 안에 계신 어머니가 너무 외로우실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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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 3월부터 면회가 금지됐다. 이후 지난해 7월부터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하일 경우 비접촉 면회를 허용했다. 올해 3월 9일부터는 임종을 앞둔 가족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접촉 면회가 허용됐다.
요양원에 부모님을 둔 이들은 하루 빨리 백신 접종이 끝나서 유리창 없이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송씨는 “미국에서 어머니를 보려고 입국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져 3개월 동안 두 번 밖에 못 봤다”며 “빨리 백신 접종이 끝나서 가운데 벽 없이 어머니를 만나고 손도 잡아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씨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면회도 잘할 수 없고, 손이라도 한 번 잡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안 되니까 너무 아쉽다”며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관련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방역 당국은 조만간 면회 허용을 위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6일 기준 요양병원 65세 이상 입원자·종사자의 백신 접종률은 76.5%, 요양시설 65세 이상 입소자·종사자의 접종률은 80.4%로 집계됐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7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어르신들이 5월 14일 이후부터 2차 접종을 시작한다”며 “2차 접종 2주 후 면역형성이 완전히 이뤄진다는 부분을 고려해 (면회 허용 가이드라인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