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을 텐데 불러줘서 감사합니다. 이런 기회도 자주 있어야지요.”
29일 강원 홍천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 참여정부의 ‘정책브레인’으로 불렸던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가 새누리당 의원들 앞에 강사로 섰다. 김 교수는 적잖이 부담을 느낀 듯 특강시작 전 “큰 마음으로 불러준 새누리당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이념적 성향도 다소 다를 뿐더러 개인적으로도 껄끄러운 기억이 있다. 김 교수는 2006년 8월 당시 교육부총리에 임명됐지만,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이 논문표절 등의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임명 2주도 되지 않아 물러났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최근 증세 논란이 불거졌던 세제개편안을 두고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날 자신의 특강후 곧바로 이어질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현안보고에 대한 충고로 읽혔다.
김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 논란을 두고 “매우 놀랐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 의견도 확고하지 않고, 새누리당 의지도 확고하지 않은 조세개혁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모두 정부에게만 책임을 전가한 것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김 교수는 “정치권이 생각하는 복지가 가능하려면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많이 걷어서는 안된다”면서 “중산층도 더 내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중산층에게 세금을 걷는 것을 국민들 모르게 살짝 뽑아내서는 안된다. 세금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정정당당하게 걷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복지는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중산층의 세(稅)부담을 줄이겠다면서 세제개편안을 하루 만에 급히 수정한 이번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양쪽 다 ‘이기자’다”면서 “그런데 이겨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사회변화라는 큰 흐름에 대한 답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이 이념적 성향이 다른 인사들을 특강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지난 5월 하남에서 열린 원내 워크숍에선 강봉균 전 민주당 의원을 불렀고, 지난해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선 심상정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이 강연자로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