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톡그랜트 사각지대 없애야

김재은 기자I 2013.06.25 17:13:36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어윤대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의 스톡그랜트를 두고 말들이 많다. 최고경영자로 3년간 재직하고 다음달 퇴임하지만, 장기 성과급 규모를 도통 알 수 없는 탓이다. 며칠전 일주일이상 취재하며 이데일리에서 어 회장의 스톡그랜트 부여를 처음 보도했다. 부끄럽게도 ‘받는다’는 큰 줄기만 맞았을 뿐 상세한 디테일을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부족한 기사에 대한 반성 못지 않게 씁쓸함이 크다. 왜 그럴까. 기업공시 등을 20년 이상 다뤘던 금융감독원 직원도 “스톡그랜트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사를) 좀 더 쎄게(심하게) 써도 됐다”고 했을 정도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위원회도 취재에 들어가자 “미처 몰랐다.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성과보수체계 모범규준을 도입한 건 2010년초. 최소 3년 이상 어떻게 운영이 되는지 살피지 않은 금융당국의 책임은 어떤 변명을 대도 부족하다.

KB금융지주의 대응에서 스톡그랜트 제도의 맹점은 그대로 노출됐다. 홍보팀만을 통해 취재가 가능하도록 제한해놓고, 홍보팀을 통해 들은 어떤 내용도 팩트와는 맞지 않았다. 먼저 ‘임원의 보수총액에 장기인센티브는 제외된다’고 사업보고서에 명시돼 있음에도 “임원의 보수총액 50억원에 장기인센티브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결과론적으로 50억원에 장기인센티브는 제외되며 3년간 25만주, 시가기준 88억원이 넘는 스톡그랜트를 부여할 수 있다.

KB금융 회계팀 직원은 “어윤대 회장은 퇴임시점에 장기 인센티브의 3분의 1을 받고 나머지는 매년 나눠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어 회장도 퇴임후 1년뒤인 2014년 7월에 처음 장기 인센티브를 받는다. 지난해 3월 퇴임한 김승유 회장이 내년 1월에 장기인센티브를 받는 만큼 지주회장 최초 스톡그랜트 받는 사람은 어윤대 회장이 아닌 김승유 회장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스톡그랜트’가 내부의 회계팀도, 인사팀도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운영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금융감독원도 스톡그랜트 기사를 계기로 급감하는 은행 실적에도 상승 일변도에 있던 은행임원의 보수 체계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금융지배구조 개선 방안에도 임원들의 연봉 개선안은 포함되지 않아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 뉘늦게나마 전수조사에 나선 금감원이 제대로 된 제도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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