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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휘발유, 경유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20일까지 휘발유 가격은 5일 연속, 경유 가격은 9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중이다.
◇ 가격인하 혜택 어디로? "국제제품가격 올라 상쇄"
이에 따라 주유소들이 어려운 고유가 시기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내렸는데 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을 내리지 않고 중간에서 이익을 가로채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름값 인하 초기에 "공급가격 인하 이전에 비싸게 사들인 휘발유, 경유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1~2주 이후까지 가격을 내릴 수 없다"고 둘러대던 주유소들이 2주가 지난 지금 오히려 가격을 올려받고 있으니 이같은 비판이 나올 만 하다.
그러나 주유소업계는 이에 대해 정유사들의 공급가격 인하 조치 이후 정유사 공급가격의 기준이 되는 국제제품 가격이 올라 인하 효과가 상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유소들이 3월말 재고 소진에 따라 재구매에 나선 4월 둘째주 정유사들의 공급가격이 국제제품과 연동, 인상되면서 판매가격을 낮출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기름값을 인하하더라도 상쇄 효과로 인해 소비자가 체감하는 인하폭이 적을 수 밖에 없다"며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국제유가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주유소만 배불렸다`고 주장해 주유소들이 억울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일본 지진 여파와 중국 석유소비 증가로 아시아 역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고공행진을 지속중이다.
석유공사 석유정보망(페트로넷)에 따르면 4월 둘째주 정유사 공급가격의 기준이 되는 4월 첫째주 국제 휘발유제품 가격(싱가포르 상품시장 기준)은 배럴당 125.72달러로 전주대비 5% 인상됐다. 같은 기간 국제 경유제품 가격은 140.25달러로 4.3%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주유소업계가 국제유가 상승 효과를 시차를 두지 않고 즉각 반영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들이 가격을 인하할 시점에는 재고 핑계를 대면서 `천천히 찔끔` 내리고, 인상 요인은 `재빨리 왕창` 반영하고 있다는 이른바 `비대칭성`이 이번 사례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고 말했다.
◇ 카드 할인으로 바꿔달라?..주유소협회 `공염불`
한편 주유소협회는 이날 정유사의 가격 인하 방식을 SK에너지의 신용카드 할인 방식으로 전면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다.
주유소협회는 "정유사의 인하 방식이 달라 소비자들의 혼란이 발생하고, 공급가격 상쇄분에 대해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면서 "주유소 판매가격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인하 혜택이 주어지는 신용카드 할인 방식으로 전환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SK에너지를 제외한 나머지 정유 3사(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는 공급가격 인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SK에너지 방식대로 하려면 전산망 구축에 시간이 걸려 신속하게 시행할 수 있는 공급가격 인하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아직 주유소협회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을 받지 못했지만 요청이 들어올 경우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가 밝힌 이같은 입장이 당장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내놓은 `공염불`이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선 주유소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SK 자영 주유소 사장들은 협회의 주장과 달리 현 신용카드 할인 방식을 공급가격 인하 방식으로 바꿔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급가격 인하를 적용한 정유사 폴의 주유소들은 가격 인하분이 주유소 가격판에 반영되지만 신용카드 할인 방식을 적용한 SK주유소의 경우 가격 인하분이 가격판에 반영되지 않아 손님이 뚝 끊겼다는 하소연이다.
이와 관련해 SK주유소들이 공급가격을 인하받지 못하다 보니 다른 정유사 폴 주유소처럼 중간에서 차익을 챙길 기회를 갖지 못해 불만이 팽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 주유소의 경우 신용카드 할인 방식보다 공급가격 인하 방식을 선호하는게 뻔한데 협회가 왜 이같은 주장을 내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SK에너지가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서둘러 기름값 인하를 단행해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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