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먼 친환경 항공기 꿈…에어버스, 5년 만에 계획 제동

이소현 기자I 2025.04.21 15:41:44

수소 항공기 개발에 2조 투입했지만
''2035년 개발 완료'' 목표 사실상 철회
기술적 한계·수소 인프라 부족 ''발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수소 동력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항공기 개발을 선언하며 항공산업의 대전환을 예고했던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의 사업 계획이 5년 만에 제동이 걸렸다.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사진=AFP)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오는 2035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했던 수소 항공기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을 4분의 1가량 삭감했으며, 개발 인력들이 다시 기술적 검토 및 설계를 하기로 하면서 친환경 항공기 개발 계획이 10년 이상 미뤄졌다고 전했다.

에어버스는 그간 수소 항공기 개발에 17억 달러(약 2조4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기술적 난제와 수소 인프라의 더딘 확산 속도로 인해 목표로 삼았던 2035년 내 상용화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에어버스는 그간 연구와 투자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브루노 피슈푀 에어버스 미래 항공기 프로그램 책임자는 “우리가 향하고자 하는 종착지는 변함없지만, 그 과정에서 현실에 맞게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최근 들어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WSJ은 짚었다. 실제 영국 BP는 최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화석연료로 회귀하겠다고 밝혔고, 포르셰도 전기차 전략을 일부 철회하며 내연기관 차량에 재투자하고 있다.

앞서 에어버스는 2020년 말 최대 200명까지 수송하고 약 3700㎞를 비행할 수 있는 수소 항공기 콘셉트를 공개하며 “항공산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델타항공, 뉴질랜드항공 등 12개 항공사와 200개 이상의 공항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당시 에어버스의 수소 항공기 프로젝트는 2030년대 친환경 항공기 상용화라는 조건 아래 프랑스 정부의 코로나 경기부양책으로 총 150억 유로(약 24조5000억원) 규모의 수혜를 받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을 타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기대에 비해 실제 상용화 가능성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수소 연료의 생산, 운송, 저장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산업 전반의 변화를 선도하기엔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내부에서도 초기부터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고 WSJ은 지적했다. 수소 연료는 섭씨 영하 253도에서 액화 저장이 필요하고, 연소 과정에서의 안전성 문제, 중량 증가로 인한 수송 효율 저하 등이 걸림돌로 지적됐다. 엔진도 기존과 완전히 다른 설계가 요구됐다. 데이비드 캘훈 보잉 전 CEO도 2022년 투자자 행사에서 “우리는 수소가 해답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에어버스는 기존 수소 연소 엔진 방식이 질소산화물을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인식하고, 화학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해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 연료전지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지 않고 물만 배출하지만, 연료전지 자체의 무게와 낮은 출력으로 인해 기체 설계 전반을 다시 해야 했다.

결국 항속 거리와 탑승 인원 모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초기 목표였던 200석 항공기 대신 100명 미만을 수송하고 약 1850㎞ 수준의 단거리 항공기로 축소됐다. 이에 항공업계의 주력 기종인 단거리 협동체(기내 복도가 1줄인 항공기) 기체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에어버스는 지난 2월 직원들에게 친환경 항공기 개발과 관련한 예산 감축 및 일정 연기 방침을 통보했다. 기욤 포리 CEO는 지난 3월엔 “현 시점에서 가격과 성능 면에서 경쟁 가능한 기체는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엔지니어들이 수소 항공기의 좌석 수용력과 항속 거리를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 ‘두 번째 개발 루프’ 즉 다시 기술적 검토와 설계를 하겠다고 계획 변경을 발표했다. 포리 CEO는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이었지만, 상업성 부족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와 비교하며 “우리가 너무 일찍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