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6주 낙태’ 집도의, 병원장 아닌 타 병원 의사”

황병서 기자I 2024.09.12 12:00:00

낙태 병원 소개 브로커 ‘환자 알선’으로 입건
수술방 참여 6명 진술 엇갈려…“추가 조사 중”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36주 낙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낙태 시술을 한 사람이 병원장이 아닌 다른 병원 소속 의사인 것으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낙태 시술을 한 유튜버가 해당 병원에 오는 과정에서 이 병원을 소개해준 브로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은 수술방에 있던 의료진 6명 간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추가 조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임신 36주째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한 유튜버(사진=유튜버 영상 캡처)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서울청 광역수사단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경찰은 그간의 압수물 등을 분석한 결과 낙태 시술 한 사람은 기존 병원장 A(78)씨가 아닌 다른 병원 소속 의사로 8월 하순경 특정해 살인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도의는 출국 금지된 상태다. 이로써 수술방에서 수술에 참여했던 사람은 병원장 A씨, 집도의, 마취의, 보조의료진 3명 등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자 6명의 진술과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서 (집도의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낙태 시술을 한 유튜버 B씨는 애초 지인의 소개로 해당 병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터넷 블로그에서 낙태병원을 소개해주는 브로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브로커를 의료법 위반(환자 알선 행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해당 브로커는 광고를 통해 유튜버 지인에게 환자를 알선해줬고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낙태 수술을 했던 수술방에 있던 의료진 6명을 전원 조사했지만, 이들 간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아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폐쇄회로(CC)TV도 없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해 관계자들의 진술이 필수인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진 간에 내용이 안 맞는 부분도 있고 한 사람이 했던 이야기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압수된 물품으로는 휴대전화·태블릿 등 13점과 진료기록부와 초음파 사진 등 18점 등이 있다. 경찰은 또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및 자문업체 등을 통해서 의료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한 유튜브 채널에는 20대로 자신을 소개한 유튜버가 임신 36주차에 낙태 수술을 받은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유튜버와 낙태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 대한 수사 의뢰 진정을 넣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병원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수사와 관련해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은 총 8명이다. 병원장 A씨와 유튜버, 집도의 등 3명은 살인 혐의로 입건돼 수사 중이다. 병원장 A씨는 수술실 내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 행위로 추가 입건됐다. 마취의와 보조의료진 3명 등 4명이 살인 방조혐의로 입건됐다. 유튜버가 병원으로 찾아오게 도움을 준 브로커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한편 경찰은 진술자 분석 등이 마무리되면 병원장을 소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9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진술자 분석 및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병원장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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