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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소녀 데스티니 라모스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격리 기간에 “친구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보여주려면 인스타에 접속해야만 했다. 이는 점점 집착이 됐다”고 토로했다.
미국엔 블라소바나 라모스와 같은 10대 소녀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겉보기에 완벽해보이는 삶과 몸매 등에 심취해 인스타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대 사용자 상당수가 중독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인스타를 자회사로 둔 페이스북 역시 이러한 사실과 그 심각성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인스타가 10대 청소년, 특히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유해한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어린이용 인스타 출시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3년 동안 인스타가 수백만명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자체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인스타가 10대, 특히 소녀들에게 해롭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2020년 3월 내부 게시판에 올린 프레젠테이션 자료에서 “10대 소녀의 32%가 자신의 몸에 불만을 가졌을 때 ‘인스타가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든다’고 답했다”며 “최고의 순간만을 공유하는 경향, 완벽해 보이려는 압박감, 중독성 제품 등으로 10대들이 섭식 장애,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 우울증에 빠지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스타에서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설명하고 묘사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19년 게재된 다양한 연구·조사 자료에는 “몸매 사진은 10대 소녀들에게 3명 중 1명 꼴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10대들이 불안과 우울 증가 이유로 인스타를 비난한다. 이러한 반응은 모든 그룹에서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나타났다”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영국 10대 사용자 중 13%, 미국 10대 사용자 중 6%가 인스타를 보고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양한 이용자들의 게시물을 모아서 보여주는 ‘둘러보기’ 페이지가 사용자들을 유해 콘텐츠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등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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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한 연구원은 내부 게시물에서 “인스타는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익을 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결론지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인스타가 궤적을 이어갈 수 있다면 성장의 길이 있다”고 적혔다.
WSJ은 페이스북이 학계나 의회 등의 요청에도 인스타가 10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자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사용과 우울증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옥스포드연구소의 연구를 주로 인용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페이스북 고위 경영진은 내부 연구 결과를 검토했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역시 작년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저커버그 CEO는 올해 3월 의회 청문회에서도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페이스북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긍정적인 영향만을 강조하며 13세 이하 어린이용 인스타를 개발, 출시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봉쇄·격리조치로 인스타의 영향력이 한층 확대된 만큼, 정치권에서 우려 및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로리 트레이핸 하원의원은 “페이스북은 어린이용 인스타 출시 계획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청소년 보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달 저커버그 CEO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잠재적 위험을 지닌 제품으로 10대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대중에게는 과학(연구 결과)을 은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은 “사생활 보호 등으로 내부 자체 조사 결과물을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투명성을 높여나가겠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