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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에 늘어나는 좀비기업…한은 "여신심사 강화해야"

원다연 기자I 2020.10.29 12:00:00

제조업 2009~11·2017년 금융제약 겪어
저생산성 기업 금융제약 퇴출효과는 약화
"기업신용 규모 확대보다 효율적 배분 살펴야"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저금리 환경에서 저생산성 기업의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면서 금융제약으로 인한 퇴출효과가 약화됐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전반적인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의 기업 금융 지원에도 생산성 수준에 대한 평가가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2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이현창 과장과 통화정책국 정책협력팀 이현서 조사역이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금융제약 점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1년과 2017년에 중소규모 기업을 중심으로 금융제약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금융제약이란 기업이 투자 등을 목적으로 내부자금이 부족해서 외부자금을 빌리려고 할 때 금리가 너무 높거나 규모가 제한돼 원하는 만큼 빌리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현창 과장과 이현서 조사역은 기업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2008~2018년 중 제조업 기업의 금융제약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1년과 2017년 두차례 금융제약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2009 ~2011년 금융제약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장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로 보수적 대출 태도가 강화된 상황에서 나타났다”며 “반면 2017년 금융제약은 신용위험 확대, 금융규제 강화 등에 따른 자금 공급 감소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의 자금 수요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금융제약 상황 하에서 기업의 생산성별로 구분해 살펴봤을때, 2009~2011년에는 고생산성·저생산성 기업이 모두 금융제약을 겪은 반면 2011년에는 저생산성 기업에는 유의미한 금융제약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과장은 “최근 기업 신용위험 확대로 담보·보증 대출 비중이 증가한 가운데 금융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저생산성 기업이 금융제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이는 금융제약의 정화효과가 약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전반적인 저금리 상황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낮아진 가운데, 기술력이나 인력에 자원이 집중된 고생산성 기업과 달리 부동산 자원이 많은 저생산성 기업이 이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금융제약을 덜 받으면서, 금융제약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효과가 떨어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제약으로 인한 저생산성 기업의 퇴출효과가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에도 보다 면밀한 여신심사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제언이다. 이 과장은 “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산성 수준에 대한 면밀한 심사를 통해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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